<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小小小>
저마다 가득 품고 있는 생각이나 방향이 있는데
이번 시집은 '지금'에 당도한 서윤후의 모습을 잘 반영한 듯하다.
첫 시집의 '소년성'과 <휴가저택>의 '말년의 삶'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면
이번 시집은 지금을 살아가는 시인의 동시성을 반영한다.
그래서 사실 '과호흡'처럼 느껴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을 반영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흔적이라고 여겨진다.
첫 시 '유리물산'이 이 시집의 목소리를 위한 성대가 되고
마지막 산문 '시럽'은 갈라진 목소리의 갈증들을 어떻게 해소해왔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낭독회에서 시인은 '소진'된 자신을 이야기하면서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게 없는 그 상태가 좋다고 설명하기도 하였는데
그래서 다음 시집이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 있다.
끝난 줄 알았지만 끝난 적 없는 어떤 이야기를
세 권의 시집으로 각각 극명한 변곡점을 두고 말을 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내 부족한 안목이, 시인의 변주를 잘 따라가길 바랄뿐이다,
개인적으로 '피서 계획'은 이번 여름에 참 읽기 좋은 시라고 생각이 든다.
"피서, 추락한 나를 온종일 기다리다" (「피서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