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간의 혐오와 상실된 사랑으로부터
김예은 2023/11/11 22:06
김예은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태초의 냄새
- 김지연
- 12,600원 (10%↓
700) - 2023-10-25
: 733
#도서제공
시작은 제목과 같이 냄새에 대한 감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된 후 우리는 서로의 공기가 필연적으로 공유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비말을 차단하는 마스크로 호흡을 막으며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타인의 냄새까지도 맡을 수 없게 되었다.
오랜 기간 마스크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어느덧 실내에서까지 완전하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첫 호흡에 대한 감상은 남달랐다. 오로지 나 자신의 숨 안에 갇혀살다가 공기와 자연의 냄새, 심지어 타인의 냄새까지도 자연스레 들이마실 수 있게된 것이다.
너무나 당연시되었던 후각의 감각이 낯설게 느껴지게되고 그걸 자각하는 순간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책 속 인물 상황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자기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잘 되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한 K는 결국 남들과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버린다. 그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표 후유증 중 하나인 냄새가 맡아지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점차 익숙해질무렵 퇴근하고 돌아오는 골목에서 지독한 악취를 맡게 된다.
‘냄새 진짜 역겹지 않아요? 그때 K는 바로 남동생을 떠올렸다. 그 사람들에게서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남동생에게서 나던 것과 아주 비슷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78p
'미처 떠나지 못한 냄새들이 K의 삶 곳곳에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뒤섞여버리면 어쩔 수 없이 악취가 되어버리는 그 냄새를 꿈속에서 맡고 또 맡았다.' 111p
남들과 같이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남동생의 냄새가 역겹다고 생각한 K는 가게에서 밥을 먹는 노동자들의 냄새를 맡고 역겹지 않냐는 동료의 질문으로인해 후각이라는 감각을 통하여 계급 간의 혐오를 자각하게 된다.
그동안 S의 죽음을 단지 불운으로 치부하여 외면해왔던 K는 후각의 상실과 악취의 생성으로부터 그의 죽음을 완전히 직면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보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었다. 먼저 후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우리의 일상 속 스며들어있는 계급 간의 혐오를, 그리고 당장의 안정을 위해 상실의 고통을 외면 했을 때 닥치게 될 더한 절망과 잃게 될 현재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