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생소하고 지루한 감이 없었지만 그런 고비를 넘기니까 후반부에는 멈출 수가 없었다. 종이책으로 다시 읽고 싶을 정도. 강한 반전과 약한 반전이 있는데 어찌 보면 이미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지점 – 서양의 유구한 인종차별, 특히 19세기 말부터 – 인데도 저자가 깊이 있게 극적으로 서술하였고 번역도 다른 책들에 비해 무난하게 되어 있어서 좋았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깨달은 것과 현대 과학이 딱 들어 맞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현대 과학조차 완벽하지 않고 정-반-합이 이루어지는 만큼 저자의 시선과 그가 주목한 사실을 통해 이 책은 작지 않은 힘을 발휘한 듯하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는 지적인 측면에서 가장 주효하겠으나 그 '지적인 측면'도 선하고 평화롭기보다는 끊임없는 구분과 차별의 언어가 물리적 힘과 결합하여 폭력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인간의 태아를 보면 마치 물고기처럼 보이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배운 <생물>교과서에 그렇게 그러져 있었다. 인간의 탄생 과정은 그렇게 진화의 역사를 9,10개월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육식은 고사하고 어패류를 먹기도 좀 거시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말하는 채식주의자, 비건 등등 이런 단어들도 이제는 나와 별개가 아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