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분석으로 확장, 변주되는 창세기
이승우 소설가에게는 「식물들의 사생활」에서 한 번 실망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2018년 김유정 문학상』에서 접했던 「소돔의 하룻밤」은 괜찮은 소설이었고 그래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망설였다.
마케팅 때문이었다. "작가인생 40년, 그 시간 속 궁극적 물음들"이라니, 거기다 "성경"이라니 맙소사. 그 문구를 보면 노년이 된 소설가가 인생의 깨달음이랍시고 온갖 폼을 잡으며 성경 해석을 늘어놓는 유사 소설을 상상하게 된다.
그럼에도 「소돔의 하룻밤」을 믿고 소설집을 구매했고, 다행히도 이 소설집은 위의 유사소설은 아니었다. 마케팅팀은 반성을 좀 할 필요가 있다.
단편집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보기 드물게 연작소설의 장점을 잘 살린 축에 드는 소설집이었다. 꼭 이야기가 시간적으로 이어져서가 아니라 각 소설이 상호 연관을 맺으면서도 서로를 사소하게 부정하고 가능 세계를 확장하는 방식 때문이다. 또한 소설집 전체적으로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좋았다.
다만 잘 된 소설과 방만하게 쓴 소설 사이의 퀄리티 차이가 심한데, 모든 작품이 고르게 좋았다면 훨씬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만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하겠다. 또한 작품해설에서는 좀 오버를 많이 했던데, 키르에케고르나 가타리와 씨름을 할 정도는 명백히 아니니 정신 좀 차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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