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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w2700 2025/04/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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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조승리
- 15,300원 (10%↓
850) - 2025-04-07
: 8,370
#검은불꽃과빨간폭스바겐 #조승리 #세미콜론 #에세이 #서평단 #도서협찬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
전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지 않았다. 저자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읽었다는 말.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제목만큼이나 낯선 유형의 사람이었다.
친해지기 어려울 듯한 사람. 기빨릴 듯 하다. 만나고 나면 냉각기가 필요한 사람. 저자에 대한 첫인상이다.
이 책의 초반에 실린 여행기에 등장하는 저자의 날선 모습들에 함께 여행을, 그것도 해외 여행을 다니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경험이었겠구나 싶었다.
등장하는 가이드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인데 통하지 않아 그들도 어려웠을거라 생각했다.
초반부는 저자보다 그를 대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는 말이다.
여행의 목적도, 그걸 모르는 시각장애인 동료들에게 설득하는 과정도 탐탁지 않게 느껴진 대목이 있었다.
여행의 목적지는 유흥으로 유명한 지역. 치안도 안좋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따라나선 친구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여행에서 겪은 에피소드도 좋았던 기억보다는 불쾌했던 경험들로 가득하다. 저자의 고집이 과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꽤 있었다.
전작 제목에 들어있는 '지랄맞음'이 혹시 저자의 성격을 묘사한 거였나 싶었는데...
다 읽고나서는 평가를 달리하게 됐다.
여행기 후에 이어지는 저자의 과거와 현재 에피소드의 괴리감이란.
15살이란 나이에 10년 후에는 시각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임을 선고받고 칠판의 글씨가 보이지 않게 되자 이후 장애인 기숙학교로 전학가게 된 첫날. 하나 둘 걸려오던 친구들의 전화와 그들이 주저하며 건내던 위로에 결국 눈물을 쏟다 눈이 보이지 않아 생김새를 손으로 더듬어 확인하려는 새친구들에 적응해가는 장면.
어머니에게 비밀로 하고 안마원에서 일을 배우던 중 나이지긋한 아주머니들의 굽은 어깨가 안쓰러워 안마해주다 우연히 그들의 뒷담화를 듣게 되어 속상해하던 날.
책임감 없는 신참직원이 출근하지 않아 종일 저자가 손님응대와 계산을 하다 커피를 엎지르고 치우던 중 다시 손님들이 무심코 놓아둔 종이컵들을 건드려 넘어뜨리고 속상한 나머지 욕설을 하던 날.
전세집을 구할 때 들어란 듯 "불이라도 나면 책임질거냐"면서 집에 발도 못붙이게 하던 임대인을 피해 대리계약을 하던 때.
저자의 뾰족한 태도는 그냥 형성된 게 아니더라.
색안경을 끼고 저자를 대하는 자세. 저자에게 익숙한 배려심 없이 가벼운 선의라는 명목으로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무리 중에 속한 이가 바로 '나'였다.
무심코 내뱉은 '저런 사람'이란 말.
그 '저런 사람'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 계속 글을 쓰겠다는 저자.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개인적인 기준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그 기준에 딱 들어맞았다.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군가와 비슷한 면(부정적인, 못난)이 있더라.
그렇다면 들어야지. 읽어야지.
전작도 찾아봐야겠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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