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csw2700님의 서재
  •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 미시마 유키오
  • 15,120원 (10%840)
  • 2024-12-02
  • : 1,835

편지(서간문)처럼 개인의 고유한 특성이 묻어나는 글은 없을 듯 합니다.
혹시 펜팔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십 년도 넘은 옛날에 한동안 편지를 주고 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2에서 고3이 되는 그 시점. 같은 반 친구가 시작한 펜팔이 학급전체로 번져나갔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후 기숙사 열람실 기둥 뒤에서 팔꿈치로 편지지를 가려가면서 한줄 한줄 적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고쳐쓰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요? 생각해보면 그때가 인생에서 퇴고를 가장 많이 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편지라는 게 어느 한쪽이 응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들해지는지라 어떻게든 빨리 보내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이미 부쳐버린 편지의 내용을 곱씹으며 이불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 그 이야기는 굳이 하지 말 것을'하구요.

자, 이 책으로 돌아가서 거장이 편지를 대하는 자세를 먼저 보자구요.
뒷표지에도 인용되어 있지만 "결국은 실이 얽히고설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지만 편지는 편지, 한 통 한 통이 완결된 하나의 세계"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등장인물이 무려 다섯 명입니다.
고리 마마코 (45세) _ 제법 살찐, 당당한 성격의 前 미인
2. 야마 도비오 (45세) _ 마마코와 동갑내기 남자 친구. 유명한 복식 디자이너.
3. 가라 미쓰코 (20세) _ 예전 마마코의 영어학원을 다녔던 학생
4. 호노오 다케루 (23세) _ 연극 연출 공부 중인 근면하고 논리적인 청년
5. 마루 도라이치 (25세) _ 미쓰코의 사촌오빠, 대학 3년째 유급. 낙천적인 성격

들어가기 전에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상세하게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성별과 나이차, 경제적인 여건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한가지 속지 말 것!!!
뒷표지에 굵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어요. "다음과 같은 고민을 가진 분께 이 책을 권합니다." 이하에서
'상대와 농염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편지를 쓰고 싶으신 분', '사랑의 라이벌을 티 안 나게 비방하는 편지를 쓰고 싶으신 분', '호기롭게 돈을 빌리는 편지를 쓰고 싶으신 분'을 각 명시하고 있는데, 책의 본문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나이차가 확연한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편지를 쓴 결과가 어떻게 흑역사로 남을 것인지, 티 안 나게 비방하는 편지를 쓴다고 했는데 꼬리가 밟혀서 편지의 주인이 밝혀졌을 때의 난감함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돈을 빌리지도 못하고 우표값만 건질 경우 당장 밀린 월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일을 저질러야 한다는 것을 배우실 겁니다.

그러니까요. 책은 읽어야 제맛이랍니다.
그나저나 그녀는 어째서 그런 편지를 쓴거랍니까. 결국 그가 '여마'라고 칭한 것이 맞는 것 같이 되어버렸....
흠흠. 스포는 자제하겠습니다.
어쩝니까. 책의 제목이 '교실'이란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배우는 게 있을 겁니다. 분명!!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