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밤의 달리기
csw2700 2024/12/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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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밤의 달리기
- 이지
- 15,120원 (10%↓
840) - 2024-10-21
: 585
#노란밤의달리기 #이지 #비채 #한국소설 #비채서포터즈2기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에 자리한 청년 예술가들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여, 상실과 고난 속에서도 유쾌함과 환상을 잃지 않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주인공 ‘휴일’은 끊임없이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여러 작업실을 옮겨 다니다가 세운상가에 정착한다. 세운상가는 언제 재개발될지 모르는 낡고 퇴락한 공간이지만, 이곳에 모인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며 일상을 산다.
소설의 시작부터 세운상가의 풍경은 독특하게 그려진다. 오랫동안 재개발 논의 속에서 소외된 공간, 그럼에도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삶의 색을 덧칠한 곳, 그러나 결국 다시 떠나야만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은 특별하다. "우리만의 우주가 필요하다. 약하디 약한 우리는." 이 한 줄은 작가가 이들 청년 예술가들에게 부여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들은 사회적 기반 없이 감각과 예술에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자신들만의 우주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몽환적이고 따뜻한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주인공 ‘휴일’의 곁에는 남편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집을 떠난 엄마, 젊은 시절 가수였던 아빠, 예술을 포기하고 안정된 직업을 찾아 떠난 친구들, 그리고 뭔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알 수 없는 연상의 애인 ‘엘’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불안과 상처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미묘한 위로가 되는 존재다.
"우리는 눈과 진흙처럼 서로에게 스며든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며 각자의 무게를 나눈다.
주인공과 연인 엘의 관계는 소설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엘은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인물이지만 때때로 엉뚱한 행동으로 주인공을 당황하게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꽃을 들고 기다릴 때 엘은 산책하는 강아지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필요한 물건 대신 밤을 사오는 등 예상할 수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엘은 주인공에게 삶의 소소한 기쁨과 새로운 감각을 선물하며, 두 사람은 서로의 결핍을 보듬어준다. 주인공은 "나는 엘을 만나 삶은 밤의 맛을 알게 됐다."라고 말하며 엘과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긴다.
작품 속에서 이지 작가는 세운상가를 예술가들의 일터로만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와 갈등의 상징적 공간으로 묘사한다. 세운상가는 늘 재개발을 기다리지만 쉽게 변화하지 않는 곳으로, 그 안에서 작가는 "서울에 피사의 사탑이 있었다면 그것도 재개발했을 것"이라는 농담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과잉 개발과 상업화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재개발과 재생의 흐름 속에서 잊히는 것은 결국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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