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베스트셀러 작가 유홍준의 인생을 엿 볼 수 있는 답사기다.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작가의 청년 시절의 이야기는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있지만 구수하고 감동적인 스토리에 뚝배기 같은 맛이 난다.
■ 그의 대표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만큼 몰입도도 있고 그의 인생을 통과하는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마치 선생의 자서전과 비슷해 보이나 본인보다는 본인과 교류하고 어울렸던 시대의 거장들과의 이야기가 주이다. 내가 예상치 못한(평범하고 귀하게 자랐을 것으로 생각) 파란만장한 선생의 일대기가 눈앞에 그려진다.
■ 말 그대로 잡문을 묶어 놓은 거라 전체적인 내용을 몇 마디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애초에 글렀다. 그래서,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속에서 건진 인상깊은 문장을 읽는 것이 정답이지 않나 싶다. 인상깊은 문장 자체도 인용된 글들이 많으나 어찌 되었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다.
■ 친절하게도 마지막 부록에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잡문을 실었다. 다소 따라가기 어려운 내용도 있으나 여러분 반복하면 좋은 참고서가 될 듯하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 태초에 이 땅의 주인으로 태어나 잡초라는 이름으로 짓밟히고, 뽑혀도 그 질긴 생명력으로 생채기 난 흙을 품고 보듬어 생명의 터전을 치유하는 위대함을 기리고자 이 비를 세우다.[잡초공적비 비석 받침대에 쓰여 있는 글, (27p)]
■ 예술은 사기이되 이유가 있는 사기인 것이다. (49p)
■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는 법인데, 이제 소책자가 주인에게로 돌아갑니다. 이 또한 선친의 뜻입니다. 청컨대 웃으면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57p)
■ 하루 종일 이것만 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보고 있자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 주디 덴치의 달항아리 작품평 (87p) ]
■ 남한의 3대 정자로는 진주 남강변의 촉석루, 밀양 낙동강변의 영남루, 제천 청풍 남한강변에 한벽루를 꼽고 있다. (89p)
■ 정부 조직에서 부(部)는 나라의 정책을 맡고 청(廳)은 현장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106p)
■ 그래서 ‘인생도처 유상수(人生到處 有上手, 세상 곳곳에 상수가 있다)’라고 했다. (109p)
■ 그때 나는 욕망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강력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 중간 생략 ~ 이것이 정녕 ‘욕망’이 아니길 바라는 기도하는 마음이다. (140p)
■ ‘민족 장래 인인유책’ ‘문화 창달 인인유책’ :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책임 있다. (148p)
■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을 무시하고 있다.”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157p , 158p)
■ “인생을 뜻깊고 선이 굵게 사는 사람은 자살한 것에는 잔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매사에 정확하고 성실하고 섬세한 사람이 선이 굵고 멀리 볼 수 있는 법입니다. 신랑 신부는 시간을 지킨다는 작은 일부터 소홀히 하지 말고 먼 곳을 생각하길 바랍니다.
( 주례사 일부, 235p)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묘비 명, 251p)
■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256p)
■ 톨레랑스 : 한자로 풀자면 ‘화이부동(和而不同)’에 가깝다. 즉 남을 존중하시오. 그리하여(남으로 하여금 당신을) 존중하게 하시오‘ 라는 뜻이다. 홍세화의 화(和)이다. (276p)
■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김민기가 고3때 작사 ․ 작곡한 노래, (284p) ]
■ “김민기는 항상 겸손하여 자기 자신을 뒷것이라고 낮추었지만 그가 남긴 노래는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영원히 남을 겁니다.” (297p)
■ 풍부하되 한마디 군더더기가 없고, 축약했으되 한마디 놓친 게 없다. [당송 8대가의 한 분인 당나라 한유는 「양양 우적 상공께 올리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320p)
■ 글을 잘 썼기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그보다는 문화유산을 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339p)
■ “네가 쓴 감은사 답사기를 다 읽고 나니 너는 없어지고 감은사탑만 남더라.” (3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