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꿀잠 선물 가게』 -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풋풋하고 푸근한 이야기. 실제로 이런 가게를 연다면 대박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님이 딴지만 안 건다면 말이다.
■ 꿀잠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제일로 소망하는 것 중에 하나다. 이런 꿀잠을 선물해 주는 가게가 있다니 정말 환상적인 이야기다. 고뇌와 번민에 사로잡혀 잠을 자지 못하는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어린아이 동화와 같은 환상적인 얘기는 현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지금 만월에 밤을 나서면 마치 그런 달빛시장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꿀잠을 소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토록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에 대한 반증이다.
■ 기획이 좋다. 불면의 고민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상황들을 사례별로 옮겨 놓았다. 취업준비생 청년, 짝사랑에 빠진 여인, 가족을 위한 삶을 살다 보니 어느덧 중년이 되어 버린 여인, 깜짝 고양이 등장과 자자와 오슬로의 동거 비화, 암 판정을 받은 할아버지, 육아에 지친 젊은 부부, 오슬로의 러브스토리, 경청과는 거리가 먼 자만심 가득 찬 치과의사, 실수 만발 신입사원, 출장 요청 손님 등등
■ 꿀잠 선물 가게라는 아이디어도 훌륭하지만, 가게 주인 오슬로와 부엉이 자자의 케미가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자자와 같은 든든한 파트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릴 정도로 탐나는 캐릭터다. 둘과의 관계가 너무 보기 좋다. 동화와 같은 설정과 이야기 속에서 현실의 당면한 문제들을 척척 해결해 주는 모습은 마치 명탐정 홈즈와 왓슨처럼호흡과 마음이 척척 들어맞는 두 주인공이다. 갑자기 부엉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자자와 같은 녀석이 있다면 말이다. 고양이 ‘치치’를 키우고 있으니, 이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 잔잔 결말도 내가 좋아하는 엔딩이다. 그리고 2편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작가의 영악함도 귀엽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 ‘그래, 저렇게 잠을 잘 자는 사람이 파는 물건이라면 분명 나도 꿀잠을 자게 해줄 거야!’ (6p)
■ 그는 그녀에게 그저 봄비처럼, 천천히 스며든 것이었다. (47p)
■ (사람들이) 뾰족한 부리 대신 부드러운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입술로 때로는 뾰족한 말을 내뱉기도 했다. (85p)
■ “햇살이 기분 좋게 따뜻하다. 바람도 선선하다. 이제 막 싹이 나려는 새싹들도 보이고.......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날인데도 다르게 보인다.” 「작가의 말 中에서」(23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