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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eung님의 서재
  • 루시드 드림
  • 강은지
  • 13,500원 (10%750)
  • 2024-10-25
  • : 3,115

■ 『루시드 드림(Lucid Dream)』 - 자각몽 : 꿈을 꾸는 중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있는 상태에서 꾸는 꿈(출처:우리말샘). 루시드 드림이라는 용어를 알아야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다.

 

■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잠들게 하는 바이러스다. 어른들이 먼저 잠들기 시작한다. 삶에 스트레스가 있거나 우울증이 심한 사람들은 어김없이 잠이 든다. 이젠 남겨진 아이들이 이들을, 잠든 자기 가족을 지켜야 한다. 가족을 지키는 일은 정글에서 살아남기와 같다. 자기 혼자는 물론 가족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아이들은 맹수 같은 약탈자들의 손아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 한 아이의 성장 소설이다. 지극히 당연한 요즘 세대의 아이가,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가 서서히 타인을 위해 눈을 돌리는 과정이 담담히 그려져 있다. 강희와 강석, 쌍둥이이면서 너무 다른 남매다. 강석이 이미 애어른이 되어 버렸고 강희는 여전히 이기적이다. 강희의 심리적 변화의 지도를 쫓아가는 재미가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스노우 볼」을 읽으며 영 어덜트 문학의 신기원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로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아마도, 그다음 작품은 「루시드 드림」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 아주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은 극히 생략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갈등 상황들, 흔히 부모와 자식들 사이의 갈등이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 누구나 자녀를 기르다 보면 겪을 수도 있는 사연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 강희의 태도를 보며 우리 아이들을 반추해 본다.

 

■ 잔잔한 이야기이지만 영화적 요소들도 많이 있다. 너무나도 이타적인 강석이, 루시드 드리머로의 책임감으로 자신이 소모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깨우러 다니는 윤서, 위기 상황에서 경찰차를 몰았던 규성이 등등 , 영화로 제작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결말도 내가 좋아하는 엔딩이다.

 

■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잠자리에 든 사람을 옮길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생명유지장치는 달아주면 될 것이고 들어서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은 안 되는 것인가? 그 문제만 해결되었다면 아이들은 덜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간만에 읽어 본 가슴 따뜻한 스토리의 소설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 자식들은 부모를 버렸고, 버림받은 부모는 죽었다. 그러나 누가 먼저 버린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13p)

 

■ 미쳐 버린 건 세상이 먼저일까, 사람이 먼저일까? 뭐가 됐든 미친 세상에선 우리도 미쳐야 했다. (16p)

 

■ 우리가 왜 당신들을 지켜야 하냐고. 우린 아직 이렇게 어린데.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지키는 게 뭔지 아직 잘 알지 못하는데. (72p)

 

■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나의 불행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불행했기 때문에 불행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빠가 사라진 후부터 나는 언제나 조금씩 부서져 있었으며 어딘가 구멍이 나 있었다.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불행이 메꿨다. 불행은 언젠가부터 나의 일부가 되었다. 줄곧 불행과 함께한 나는 불행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았다. 어쩌면 이건 아빠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136p)

 

■ 변명처럼 들리는 내 말에도 아줌마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아이처럼, 홍주가 그랬던 것처럼 몸을 들썩이며 울었다 나는 문득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줌마가 불쌍해서, 내가, 홍주가, 남겨진 사람들이 불쌍해서. 망가져 버린 세계가 너무도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146p)

 

■ 가장 어려운 건 믿음을 지키는 일이었다. ~ 중간생략 ~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윤서를 믿지 않을 것이다. 나의 믿음이 윤서에게 짐이 된다면 나는 윤서를 믿지 않아도 좋다. (152p)

  

■ 희정은 여전히 윤서가 꿈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루시드 드리머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163p)

 

■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기적이고 싶지 않았다. 나 이외의 것들을 걱정하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싶었다. (167p)

 

■ 꿈은 현실에서 겪은 고통을 모르게 했다. 다 잊어버리게 했다. 규성이 할머니를 깨우지 않았던 것처럼 강석도 나를 깨우지 않았다. 내가 다 잊기를 바랐다. (214p)

 

■ 애초에 행복과 불행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믿으면 행복이 되고, 조금 덜 믿으면 불행이 되는 걸지도 모른다. (219p)

 

■ 엄마가 깨어나면 물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화를 내지 않고 끝까지 들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되어 볼 것이다. 날이 밝았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문 앞에 있다. (220p)

 

■ 잠들게 되더라도 우리를 기억하라고. 언제든 우리가 당신을 깨울 테니 단잠을 자도 좋다고.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오늘 처음으로 꿈의 세계에 대해 기록한다. 이것은 끝내 무사히 돌아온 우리의 이야기다. (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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