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에 나오는 소재와 재료를 의학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는 책. 의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영화는 의사스럽다.
■ 본의 아니게도 의사가 집필한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의사가 영화관에 들어가면 벌어지는 새로운 해석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본인도 직업병이 있어 영화를 보다가 내 일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짜릿한 전율과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는 데, 작가도 그러한 것 같다.
■ 책을 정말로 많이 읽는 의사인 것 같다. 특히 그리스 · 로마 신화에 대해 굉장히 박식함을 자랑하다 보니 독자로써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다. 하여튼, 의사로의 바쁜 일과 삶에서도 그런 해박한 지식을 축적한 걸 보면 존경심이 저절로 든다. 책은 4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 1장. 죽음과 생이 공존하는 곳
: 『곤지암』을 제외하고는 병원이라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라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냥, 의사에 관점에서 보게 되는 새로운 해석이 참신하게 다가올 뿐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제네바 선언에 대해 언급이 되는데, 과연 그 맹약과 일치하는 참의사가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 2장. 그들은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
: 역시 의사의 해석은 새롭다. 미처 못 본 영화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만 저 영화가 왜 그렇지 하는 궁금증을 깔끔히 씻어 주었다. 『올드보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다시 봐야겠다.
■ 3장. 영화 속 질병 이야기
: 챕터 제목과 가장 일치하는 5편의 영화다. 알츠하이머, 한센병, 파킨슨병, 후두염 등에 관한 소재가 담긴 영화들이다. 의사의 해석을 읽고 영화를 다시 본다면 같은 영화, 다른 느낌의 감상을 하게 될 것이다.
■ 4장.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 『엘리시움』만이 가장 적합한 소재인 것 같다. 그런 만능 치료 기계가 빨리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아이언맨』을 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아이언맨의 탄생 비화에 집중하게 되는데 역시 의사로서의 관점은 다른 것 같다. 아이언맨이 치료받은 상황에 더 집중하였으니 말이다.
같은 영화가 이 책을 보고 난 뒤에는 또 다른 영화가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영화와 읽고 나서 보는 영화는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쭉, 정주행을 해봐야겠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 환자의 질병을 치유하는 곳이기에 기본적으로 육체적,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모이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경제와 과학 ·의학이 발전해 감에 따라 병원의 이미지도 좀 더 밝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4p)
■ [제네바 선언] 일부 발췌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41p)
■ 이와 같은 의료인들의 자성 의지와 노력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제네바 선언으로 변모시켰습니다. (44p)
■ 그런 의미에서 의학은 평범함을 쟁취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평범하고 약간은 지루하게 살기 위해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집대성이 바로 의학이죠. (10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