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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eung님의 서재
  •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
  • 18,000원 (10%1,000)
  • 2024-06-25
  • : 965

■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고고하게 고고학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입문서.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고고학 가이드. 『툼 레이더』나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고고학자를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그렇게 멋있고 폼나는 모습은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일 뿐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호미와 같은 트라울을 가지고 흙구덩이에서 하루 종일 쪼그리고 작업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은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 최근 읽은 유홍준 교수의 책 『국토박물관 순례1』에 선사시대 이야기가 나와서 보았기에 이 책이 더욱 친근하고 어색하지 않았다. 유물들을 통해 과거의 삶과 생활을 유추한다는 사실이 아주 매력적으로 비춰진다. 기록물에 의존하는 역사에 비해 유물을 통한 유추는 사실적이라 더 신뢰가 간다. 인간이 들추어 내지 못한 기록물의 역사 이전의 삶도 고고학과 연대기측정법의 발달로 인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유물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가설과 유추된 사실이 뒤집어진다는 사실도 무척 재미있다. 보물창고에서 보물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는 그런 느낌? 단편적인 유물이 그 당시의 모든 생활상을 담아낼 순 없지만 고고학의 발달로 어렴풋이 상상되고 유추되었던 인류의 생활상이 하나씩 밝혀진다는 사실은 정말 짜릿한 전율이 돋게 만든다.

 

■ 고고학에서 밝혀낸 여러 가지 이색적인 에피소드도 이 책을 몰입하게 만드는 숙명적인 이유다. 그동안 몰랐던 고고학적인 용어 트라울, 삼시기법 등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기쁨과 매한가지다. 베네치아가 유명도시로 변신하게 된 에피소드 또한 아이러니다. 조선시대 이전까지 기술을 중시했던 우리나라의 시대상도 그립고, 거대한 건축물은 없지만 다뉴세문경이라는 아주 세밀한 유물이 반도체 웨이퍼와 오버랩 되는 것도 이미 앞을 내다본 선조들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또한, 복제품을 전시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동아시아 인류의 기원을 밝혀주었던 베이징원인도 진품은 잃어버렸고 연구자가 자세히 떠 놓은 복제품을 통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웃픈 사연도 아쉽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 과거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고고학은 넓게 본다면 역사학도 될 수 있고, 인류학도 될 수 있다. (18p)

 

바로 과거를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라는 숙명에 기인한다. (23p)

 

■ 그럼에도 고고학이 미래 지향적인 학문인 이유는 바로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행동과 생존을 위한 방법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43p)

 

고고학은 그 시간과 공간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어쨌든 기본으로 하는 데이터가 인간이 직접 남긴 물질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44p)

 

 

■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실상 (53p)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실상’이라는 말만큼 고고학의 발굴을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고고학 발굴의 원리는 그야말로 땅을 파서 유물을 찾아내고, 그 유물이 나오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을 직접 발굴해서 땅속에 숨어 있는 여러 자료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56p)

 

트라울 : 정원에서 쓰는 꽃삽류를 통칭하며 용도에 따라 모양새가 다양한데, 고고학자가 쓰는 것은 마름모꼴로 그 끝이 뾰족해서 포인팅 트라울(pointing trowel)이라고 한다.(60p)

 

■ 현대 고고학자의 임무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남겨서 후대에 이어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누구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작업이 바로 발굴이다. (74p)

 

유물 자체보다는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에 대한 관심이 이러한 고고학자의 연구 방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80p)

 

중심과 변방으로만 인식되었던 기존의 선사시대에 대한 인식은 바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의 개발로 무너지게 되었다. (93p)

 

■ 우리 삶과 고고학에서 나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그 하나하나의 숫자에는 영겁의 세월 동안 쌓여온 인류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97p)

 

그렇게 수십명의 고고학자가 수십년 고생을 해서 쌓아 올린 역사가 바로 당신이 읽고 있는 고고학 책의 한 줄인 셈이다. (114p)

 

석기, 청동기, 철기에 따라 삼시기법으로 하는 분류도 결국은 우리가 각 시대의 지혜를 동원해서 만들어 온 도구의 재질에 따른 분류이다. (117p)

 

■ 흔히 한국 사람은 전통 사회를 쌀농사에 기반을 두고 기술을 경시했던 사회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조선시대 이후의 일이며 한국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과 그것을 계승한 남한의 삼한은 누구보다도 기술을 존중했던 사회였다. (138p)

 

한국은 거대한 건축이나 문명은 없지만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 바로 다뉴세문경이다. 마치 반도체의 웨이퍼를 연상시키는 외형처럼 다뉴세문경에는 지금도 완벽히 풀리지 않은 고대 문명의 첨단 기술이 들어있다. 시퍼렇게 생긴 청동기에 그렇게 고고학자가 열광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가! (141p)

 

유라시아 초원지대에도 신석기혁명에 비견할 만한, 가히 ‘초원의 혁명’이라고 할 사회변화가 이루어진다. 바로 목축(pastoralism)의 등장이다. (169p)

 

■ 이렇게 농경과 마을로 대표되는 온대의 정착 생활과 반대가 되는 생계인 유목이 탄생했다. 이는 동물이 인류의 역사에 들어오면서 발생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2p)

 

거대한 석조 기념물로 유명하여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튀르키예 괴베클리 테페에서는 재단에 걸었던 해골이 발견되었다. (184p)

 

■ 하지만 그런 해골 숭배의 결과로 도시가 만들어진 경우가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였다. 베네치아는 828년경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르코 성인의 유골을 훔쳐왔고, 이를 기점으로 베네치아는 크게 흥성하여 수많은 교회 건물과 광장이 지어졌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산마르코 광장도 바로 마르코 성인(마가복음의 저자)의 유골을 기념하여 지어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성인의 유골이 세계적인 도시를 탄생시킨 격이다. (186p)

 

하지만 무덤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 달리 부활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하다. 무덤 안에 많은 유물은 사실 부활을 위한 상징이다. (186p)


■ 그럼에도 농사라는 것이 없었다면 인간은 글자도, 도시도, 어떠한 기술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인간의 위기를 대처하는 지혜를 모으고 서로 논의하는 것도 결국 농사라는 시스템에서 더욱 발달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215p)

 

가장 좋은 고고학자는 발굴을 하지 않는 것이다. (220p)

 

현대 박물관은 가급적이면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정책이 대세이다. 배리어프리는 고압적인 배치로 관람자를 소외시켰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는 사람이 박물관의 전시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강조하는 전시 기법이다. 반달리즘과 배리어프리는 서로 모순적이다. (230p)

 

■ 고고학자도 배설물을 통해 고대인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한다면 당신이 누군지를 알 수 있다.” 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적이 있다. (254p)

 

고고학의 목적은 과거 사람의 삶을 밝혀내는 것이다. 겉보기엔 흉해도 과거 인간의 삶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미라는 무엇보다 소중한 유물이다. 저주 같은 이야기에 현혹되기에는 미라가 알려주는 생생한 삶이 우리 눈앞에 있다. (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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