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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eung님의 서재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봄꽃 에디션)
  • 황보름
  • 13,500원 (10%750)
  • 2022-01-17
  • : 29,106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담백하고 깔끔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는 이야기

 

■ 담백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든 느낌이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가슴 절절한 러브스토리도 들어 있지 않다. 그냥 한 개인이 번아웃 증후군에 빠져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혼을 한 후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이야기다. 자극적이고 반전을 만들어내는 통쾌한 이야기에 너무 물들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처음 시작이 밋밋하다 보니 몰입되지는 않았다. 다만 책에 관한 이야기라 책을 좋아하는 독서 애호가로 꿋꿋이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장점은 분량의 20% 정도 읽기에 도달하면 그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정말 자극적인 소재나 복선 없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각자의 과거를 조명하고 그러면서 독립서점이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정말 담백하게 그려냈다.

 

■ 다양한 등장인물 : 각각의 사연을 안고 「휴남동 서점」으로 하나둘 모여든 등장인물들의 삶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군상들의 삶과 고민거리들을 조금씩 투영했다. 하지만 계영배의 교훈처럼 지나치지 않고 중용의 덕을 잘 지킨 것 같다. 모든 등장인물의 삶들도 그렇게 묘사되어 있다. 지나침이 없이 적당히 수용이 가능한 내용으로 말이다. 그들의 삶도 객관적이고 담백하게 하나하나 수묵화처럼 그려내며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 책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공감이 간다. : 수년 전에 「1년에 100권 읽기」를 정하고 실천으로 옮긴 적이 있다. 3년 정도 계속했었는데, 처음에는 책 읽는 것이 좋았고 나 자신도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가 책을 읽는 건지 글자를 보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 후로 시력이 나빠지면서 책을 접하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었다. 이 책이 책에 관한 이야기, 서점에 관한 내용이라 더 다정다감하게 다가왔다. 서점 경영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수필로 옮긴 책을 읽은 적도 있는데 소설이 다큐인 듯, 다큐가 소설인 듯 진짜 있었던 이야기같이 흔히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도 있는 사실적 이야기 같은 점이 이 책의 끌리는 요소다.

 

■ 이 세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의 고민 :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데 단추는 잘 끼웠으나 단춧구멍이 없다는 민준의 고백.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으나 취업시장이 너무나 위축되어 백수가 되어 버린 그의 처지를 대변하는 단어다. 바리스타의 길을 걸으며 서서히 자기의 길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 시대 청년들의 미래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실감한다.

 

■ 독서 모임에서 제기되었던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이 먹고 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 책 속 인용 「잔잔하면서 깊이 있는 강 같은 글」: 현승우 작가가 영주의 글을 한 문장으로 평한 글이다. 책을 읽고 난 내내 공감이 간 문장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작가 스스로 정리한 문장으로 다가와진다. 큰 풍랑과 파도 같은 주인공의 우여곡절, 사면초가, 와신상담 등의 스토리는 없지만 왠지 모를 묵직한 여운을 남겨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황보름 작가 본인을 현승우 작가로 투영하여 소설 속에 등장시킨 것도 이색적이다. 순전히 필자의 판단이지만, 책 속 현승우 작가의 이력이 황보름 작가와 도플갱어 수준이다. 이렇듯 개인의 경험치가 책 속에 녹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 김초엽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황보름 작가의 공통점은 : 공대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작가는 인문계 출신만 할 줄 알았는데 충격이다. 자극이 된다. 공대 출신도 이런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다.

 

■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 항상 대두되는 논란거리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책 중 고3으로 나오는 민철의 고민 중의 일부이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도 매한가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환경이 되는 사람은 많은 경우의 수가 아니다. 반면 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런 환경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 : 계약직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다 이용만 당하고 화병이 난 정서. 그녀가 휴남동 서점에서 처음 정착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예의를 지키기 위해 3시간에 한 번씩 음료를 주문하면서 선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요즘의 카공족이 본받을 만한 내용이다.

 

■ 받아들여지는 느낌 : 한가지씩의 상처를 안고 휴남동 서점에 모인 이들. 정서가 느낀 받아들여지는 느낌. 치유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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