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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chapter 3. '후쿠시마 이후'를 살다.



후쿠시마에서 온 무토 루이코武藤類子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공포와 불안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무책임함을 고발했다. 그의 이야기 중 특히 감명 깊었던 것은 그가 자신의 피해만이 아니라 자신의 조국이 타자에게 가한 가해의 책임까지 분명하게 언급하며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의 뜻을 표명한 점이다. 언제나 그렇듯 피해를 당한 사람들, 고통받고 있는 미약한 존재가 타자와의 진정한 연대를 추구하는 지혜와 용기를 보여 준다. 타자를 해친 자들,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한다.-p 233~234



나는 한국 체류 중 한국 사람들이 의외일 정도로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그곳에서 수만 명의 조선인도 희생당했다는 사실, 그 희생자들이 오랜 세월 일본과 한국 두 나라 정부로부터 무시당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히로시마를 일본 국민의 자기중심적 서사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라도 이 작품을 한국 사람들이 많이 봐 주면 좋겠다.-p 238



"권력에 대한 싸움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싸움"(밀란 쿤데라)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적어도 일본 사회에서는) 이 싸움에 언제나 패배해 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망각까지 갈 것도 없이, 기억의 기초가 되는 언어와 그 개념 자체가 안쪽에서부터 썩듯이 무너지고 있다. '평화'라는 미명 아래 전쟁을 준비하고,'유일한 피폭국'으로서 선제 핵 공격을 지지하는 식이다. 평화를, 또는 인간을 지키라고 외치기 위해서는 우선 언어를 지키라고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일본 사회의 현실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p 263



그는 예전에 홋카이도의 도마리泊 원전을 찾은 적이 있다. 그곳에서도, 그리고 프랑스, 미국, 스위스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게 체르노빌에 관해 문고 동정을 표했으나, "우리가 사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염려는 없다."라고 힘을 모았다고 한다. 체르노빌 이후, 후쿠시마 이전의 일이다. 지금은 '후쿠시마 이후'다. 인간은 과거에서 배우지 않는다. 그것이 동시 진행형으로 이토록 명백하게 드러난 적이 있었던가.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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