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9년 7월 30일의 일이었다.' 는 시간을 나타내는 문장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3권의 시간적 배경이 1138년 12월 초순이었다. 캐드펠 수사의 나이가 59살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캐드펠 수사와 한 번 연을 맺은 인물들이 등장을 하다보니 그들에게도 정이 싹트고 신뢰가 간다. 2권에서 만났던 행정관 휴는 관리로서, 캐드펠은 수도사로서 공조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들이 소설의 중심에 있었다. 인간 관계에서 한 번 신뢰가 구축이 되면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느껴진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숨긴채 접근하면 그 진의를 얼마나 잘 판단해낼 수 있을까?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인간이 무서워지는 지점이다. 그리고, 어떤 대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인간들이 가장 무섭다.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니까. 반면 자신의 손익과는 상관없이 다른 이들의 고통을 볼 수 없어서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고, 착한 이는 해피한 결말로 가게 하는 소설이라 좋다. 현실에서는 꼴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번 책에서는 캐드펠의 활약은 조금 부족했던 것 아닐까싶다. 다른 등장인물들이 너무도 강인하게 자기 역할을 잘해주었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자신의 열정이 향하는 방향으로, 신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은 아름답다.
열정적인 젊은이일수록 어른이라면 뒤돌아설 지점을 넘어가 위험할 정도로 쉽게 모험에 빠져버리는 법이다. 그리고 영리할수록 더 상처받기 쉬운 것이 또한 젊음이니...... -p 52
그러나 죽음은 달랐다. 죽음은 너무도 소름 끼치고 너무도 어두운 것이요, 유예의 가능성도 없이 즉각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학대당하고, 못 먹고, 쉴 새 없이 일만 하며 사는 삶도 여전히 삶이었다. 하늘이 머리 위로 보이고, 나무와 꽃과 새들이 주변에 있으며, 색채와 계절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살아 있는 한, 삶은 친구요 죽음은 낯선 것이었다.-p257
어쨌거나 나라가 두 파로 갈려 있으면, 양쪽에서 이익을 챙기느라 다투고, 사람을 팔고, 경쟁자들에게 복수하기 마련이지요.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의 토지를 제 것으로 취하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요.-p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