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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 고행의 순례자
  • 엘리스 피터스
  • 15,120원 (10%840)
  • 2024-10-30
  • : 76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5권을 읽고 10권을 읽었다. 각 권이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겠다싶었다. 내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언급들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반면, 어떤 부분에서는 읽지 않았던 파트의 이야기였겠구나 싶은 이야기들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2권에 등장한 휴와 캐드펠이 나누는 이야기로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떠올라서 우울해지기도 했던 도입부였다. 2페이지에 걸친 긴 글이었지만 기억해두고 싶었다. 인간의 욕심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왜 변함이 없는걸까?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살인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만, <고행의 순례자>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앞서 읽었던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사건 해결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것.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치적으로는 반대편에 서 있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휴와 올리비에.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을듯해서 더 마음이 머물렀던 지점이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자신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향하는 모습도 예뻤다. 기적은 말 그대로 기적일뿐, 인간의 사소한 욕심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듯한 맘도 들고. 결말을 알고 매슈와 키아란의 보여주었던 모습들을 찬찬히 돌아보니 키아란의 공포와 매슈의 분노가 보였다. 하지만, 끝까지 사사로운 복수를 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던 매슈의 기다림이 평생 지고 갔어야 할 공포와 분노로부터 두 사람을 벗어나게 했던 것은 아닐까싶었다.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캐드펠과 올리비아가 부자 관계라는 것을. 언젠가 올리비아는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될까? '고행의 순례자'가 키아란인가 했는데, 캐드펠을 비롯한 모든 이들을 말하는듯도 하다. 참 이상하다. 왜 이 소설이 이렇게 맘에 드는걸까? 캐드펠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면서 주변인들을 세심하게 살펴나갔다. 그런 세심한 관심이 강력한 추리로 이어졌다. 캐드펠을 만나고나면 뭔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들어주는 사람, 캐드펠. 그런 이미지다. 다른 시리즈가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외사촌 간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는 지난 3년간 잉글랜드의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고, 그 사이에서 백성들은 거듭되는 살인과 약탈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은 터였다. 도시의 장인이든 농촌의 소작농이든 장원의 농노든, 그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만 확보해준다면 그게 누구라도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싶은 심정이리라. 그러나 휴 같은 사람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스티븐 왕의 가신이자 이젠 왕의 치하에 놓인 슈롭셔주의 행정 관리관으로서 이 지역을 사수하겠다고 맹세한 사람이었다.  지난 2월 왕이 링컨 전투에서 패배한 뒤 브리스틀 성에 갇히며 제각기 잉글랜드의 주권자임을 자처하던 두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었으니, 모드 황후는 구름 위로 높이 치솟아 올랐고, 정식으로 왕위에 올랐던 스티븐은 경비병들의 엄중한 감시를 받는 비참한 포로 신세가 되어 있었다. 스티븐의 동생이자 지지자인 윈체스터 주교, 교황 대사요 잉글랜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고관이기도 한 블루아의 헨리 주교로서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린 셈이었다. 형을 지지하는 종래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해 영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기세충천한 황후의 증오를 사 위험한 처지에 놓일지 몰랐다. 반대로 방향을 바꾸어 황후 편으로 넘어감으로써 역전된 운세의 흐름에 편승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럴 경우 그는 매우 신중한 태도로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이 변절 행위를 보기 좋게 포장할 것이다. 물론 헨리 주교 역시 진심으로 평화와 안정을 바라며, 따라서 이 나라의 질서와 평화를 회복시켜줄 사람이라면 둘 중 어느 쪽이라도 기꺼이 지지할 의향을 갖고 있으리라고 캐드펠은 생각했다. -p14



저런 쓰레기 같은 놈들은 당파 간의 분쟁을 아주 기꺼워합니다. 제 사욕만 챙기는 주군이나 영주에게 그렇듯이, 저놈들한테도 그런 혼란이 아주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거든요. 물론 전쟁까지는 바라지 않을 테지만, 서로 반목하는 당파들이 맞부딪치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소동 같은 건 녀석들에게 고기와 술이나 다름없습니다. 혼란스러운 소동이 일어나면 놈들은 얼른 다른 이의 뒤로 슬그머니 다가가 주머니를 털고, 부유해 뵈는 노인들을 후려갈기거나 칼로 찌르는가 하면, 돈주머니 끈을 살짝 끊어버리죠. 시골에 사는 부류들처럼 숲속으로 들어가 짐승을 사냥하는 쪽보다 그게 훨씬 안전하고 편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P108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자는 늘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니까. - P130
악인들은 항시 정직한 사람들보다 한두 걸음 빠른 법이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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