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의 원인이 고혈당이 아닌 것처럼 고혈압의 원인 역시 높은 혈압이 아니다.
고혈당이 증상에 불과하듯 고혈압도 증상일 뿐이다.
물론 유전적으로 혈압이 높은 경우 분명 존재하지만 흔치 않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원인이 존재하고, 그 원인만 제거하면 쉽게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아니, 어렵고 쉽고를 따질 일이 아니다.
원인이 되는 것들을 확인하여 삶에서 제거하는 것은 병원 치료와 별개로 환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혈압약을 처방하는 의사들도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환자들이 철저하게 잘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뿐이다.
그렇다면 점검해볼 만한 고혈압의 원인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인슐린 저항이다 보니 대사증후군 환자는 혈당이 높고 살이 찐다.
혈당이 높다는 뜻은 피가 맑지 않다는 뜻이다.
피가 끈적하면 혈류 저항이 강해서 온몸 구석구석까지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려면 더 큰 압력이 필요하다.
자연히 혈압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한 혈당 수치가 높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혈압이 올라간다.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소는 스트레스다.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경우, 먹는 음식까지 당분을 높인다면 최악의 콤비라고 할 수 있다.
살이 쪄도 혈압이 올라간다.
우리 몸이 500g 살이 찌면 3km 이상의 혈관을 더 필요로 한다.
더 길어진 혈관에 피를 돌리려면 더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심장이 더 격렬하게 피를 짜내 혈압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혈관이 탄력을 잃는 것도 문제다.
혈관은 빨대처럼 빈 관이 아니다.
혈관에도 근육이 있어서 심장을 도와 피를 이동시키는 데 일조한다.
수축과 이완을 통해 혈압을 조절한다.
다른 근육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하면 오랫동안 튼튼하게 잘 사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퇴화된다.
그 때문에 유산소 운동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운동 부족이 대부분인 현대인들의 경우, 나이 들면서 혈관의 근육들은 거의 기능을 상실한다.
심장 혼자 일을 다해야 하니 혈압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근육 없는 혈관들이 더 이상 효율적으로 혈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피부가 노화하듯 혈관도 노화를 겪는데, 영양 상태가 안 좋으면 혈관 조직은 더 빨리 탄력을 잃는다.
콜라겐과 비타민C, 비타민E, 비타민K 등이 부족하면 혈관 노화는 더 빨리 진행된다.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마당에 오랜 시간 방치된 호스가 탱글탱글함을 잃고 푸석푸석해지듯 혈관도 노화가 가속화된다.
바로 동맥경화다.
동맥경화가 발생한 혈관을 통해 피를 보내려면 혈압을 높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흔히들 고혈압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고 거꾸로 알고 있다.
동맥경화가 없다면 혈압이 높아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혈관이 건강한 운동선수들은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수축기 혈압이 180을 넘지만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걱정하지 않는다.
단순히 압력 때문에 터지는 게 아니라 혈관 상태가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터지는 것이다.
건강한 혈관은 터지지 않는다.
이 순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치료 접근법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혈압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심장마비의 원인으로 보았기 때문에, 혈압을 낮추는 것만으로 치료가 된다고 믿어왔고, 실제로 병원에서도 여전히 그렇게 처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어서 혈압약을 아무리 먹어도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탄수화물과 트랜스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혈관 벽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켜 동맥경화가 가속화된다.
지난 50년간 현대인들의 식단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트랜스지방과 탄수화물, 특히 콘시럽이다. p.163~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