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구백 쪽에 이르는 이 방대한 책을 나흘만에 읽었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자면 이 책은 허벅지에 닭살을, 그것도 두 번이나 볼똑볼똑 돋게 한 책으로 내게 남을 것이다. 아 그렇다. 나는 엉덩이가 아파 몸을 꼬아가면서도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내가 누구던가. 반전 영화의 최고봉이라는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면서 바로 절름발이를 의심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달랐다. 난 절름발이가 되어 질질 끌려다녔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 내 수사망에 코빼기도 내밀지 못한 인물을 작가가 내 코앞에 내동댕이칠 때 느꼈던 패배감을. 베스트셀러를 둘러싼 진실, 한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금지된 사랑에서 비롯된 지독한 악몽. 그리고 그 악몽에 뒤덮여 있던 또다른 악몽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들에 그야말로 너덜너덜. 책을 읽고 나서 귀신에게라도 눈을 부라릴 줄 아는 내 패기는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당신은 불을 켜고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