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크라트(Plutocrat)는 그리스어로 부(富)를 의미하는 플루토스(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크라토스(kratos)가 합쳐진 단어로 ‘부와 권력을 다 가진 부유층’을 뜻한다. 이 책은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책이다. 전 세계 상위 0.1% 갑부들의 삶과 생각을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이념을 초월한 신선한 시각으로 세계 경제의 혁명적 변화의 물결을 타고 그 정점에 오른 글로벌 슈퍼리치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이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고 점점 더 끼리끼리 뭉치며, 갈수록 동료 시민들과 동떨어진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나머지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부의 편중이 극심해진 오늘날의 세계 경제 속에서 이들에 대한 고려 없이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방식과 각종 경제지표들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경제지들은 하나같이 이 책이 0.1% 슈퍼리치들의 비밀을 보여주며, 모든 사람이 동일한 꿈을 꾸고 부자들의 세계에 진입하기를 꿈꾸는 방법론에 참조하기 위한 지침서로 이 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이야기하는 진실은 플루토크라트들의 장밋빛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 헨리 조지를 인용하며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시대 부의 불안한 초상이다. 스티글리츠의 말이 이를 가장 적확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인용한다. “점증하는 불평등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는 우리로 하여금 미국 엘리트들의 삶을 엿보게 하면서 그들을 만들어 낸 사회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의 결론에는 자본가들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슘페터가 이야기한 바 있는 ‘창조적 파괴’이고 하나는 자본이라는 성을 지키기 위한 해자 구축이다. 여기서 해자는 정부정책을 포함한 자본에 우호적인 사회적 환경이다.
부의 증대를 위해서는 자국의 중산층이 두터워야 한다는 게 이전까지 부의 법칙이었다면, 글로벌화는 이 풍경을 다시 바꿔버리고 있다.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와 경제규모 확대는 굳이 자국의 시장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리게 하는 계기가 된다. 아니, 이제 이들에게는 자국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저자는 한편, 2세로 이어지는 부의 세습을 우려하고 있다. 플루토크라트 1세대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통해 부를 일궈낸 자수성가형 부자들이었다면, 학력과 인맥과 기회의 편중으로 인해 2세대는 부의 세습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거다. ‘상속자들’같은 어처구니 없는 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끄는 한국의 현실은 말해 무엇하나 싶은 대목이다. 드라마가 문제가 아니라, 매일같이 언론지상을 오르내리는 재벌 2, 3세들의 소식과 이에 무감한 대중들의 인식은 우리 사회가 점점 0.1%대 99.9%의 사회로 질질 끌려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