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움직인 가장 위대한 사상가 세 명으로 맑스와 니체, 프로이트를 꼽는다. 예수 이후 세계를 가장 크게 격동시켰다는 맑스. 기존의 가치체계를 뿌리부터 뒤흔들어놓은 니체. 무의식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발견함으로써 인류의 새 지평을 연 프로이트. 이 세 사람이 의심의 대가라는 것과 인류에게 잊혀지지 않을 사상과 실천을 선물해 주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상의 추락>은 이 중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이자 비판적 평전이다. 저자는 『반(反)철학사』 등을 집필하고 우리시대 가장 위험한 사상가로 거론되는 미셸 옹프레. 그는 “(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은 니체를 비롯한 선학들의 철학적 전통을 등에 업으면서 그 흔적을 체계적으로 지우고, 실험 조작을 통해 과학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온 권력 화신의 날조물”이라고 주장한다.
1900년 프로이트가 발표한 <꿈의 해석>은 무의식의 텍스트다. 그것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비견할 만한 위대한 발견이다. 그가 만들어낸 용어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리비도(성 충동), 거세 공포, 근친상간 욕망- 은 문학과 대중문화에서도 깊숙한 그늘을 드리웠다.
미셸 옹프레는 2006년에야 연구자들 열람이 가능해진 프로이트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훑고 그의 저작들을 연대순으로 정독하는 방법을 통해 ‘권력의 화신’이자 ‘트라우마로 가득 찬 한 인간’, 프로이트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프로이트는 임상사례를 글로 발표할 때마다 매번 자신의 분석이 성공적 효과를 봤다고 썼다. 한스와 도라, 안나 오(O)와 쥐인간도 모두 치료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임상사례를 발표해 유명세를 치르게 됐던 그 환자들 중 누구도 완치된 예는 없었다. 프로이트는 업적을 위해 임상사례를 부풀렸으며, 이론의 독창성을 인정받기 위해 자신이 영향받은 선학들의 존재를 부인하고 그 흔적을 지웠다.
일례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서도 옹프레는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단언한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아버지를 살해해야 할 적으로 본다는 이 콤플렉스는 프로이트 개인의 아주 독특한 가족사에서 비롯된 프로이트 자신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거다. 여성을 ‘위축된 페니스’로 규정짓고 여성이 남근을 선망한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 이는 인류에게 보편적인 심리성향이 아니라 프로이트의 개인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 이론의 ‘확실한 공통분모’는 여성 혐오와 남성 우월주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날조와 과장을 가졌다는 것을 여러 가지 문헌과 해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우상은 언제나 추락하기 마련이고, 이는 프로이트의 경우 저자가 보여준 사례들로 볼 때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정신분석학과 관련한 이야기들의 이미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 깊게 파고든 지금, 프로이트의 신화를 벗기고 깨뜨리는 작업은 일종의 통쾌함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라기보다는 프로이트 개인에 대한 공격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정신분석학의 수많은 개념들이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면 프로이트 개인의 약점을 들추는 것을 넘어 정신분석학 개념의 진화를 논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후속연구를 기대해 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