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년>
박흥용, 박흥용이다! <경복궁학교>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줬던 신선한 충격이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생생한 것만 같다. <내 파란 세이버>의 흥분감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에는 한국전쟁으로부터 대한민국 굴곡의 50년 현대사를 담아낼 예정이라 한다. 언제나 허를 찌르는 연출과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나를 즐겁게 했던 작가인 만큼, 10년만의 장편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건축만담>
다시 태어난다면 건축가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공간을 만지고 구성한다는 일의 매력을 일찍 깨닫지 못한 게 가금은 좀 억울하단 생각까지 든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서부터 미스 반 데어 로에, 루이스칸까지 세계 건축 거장 77인의 어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 책은 건축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매력적인 아이템일 거라 기대해 본다. 일테면 루이스 칸의 이런 말을 심상히 넘길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벽돌에게 “뭐가 되고 싶니?” 하고 말을 건다. “아치” 하고 벽돌이 대답한다.“아치는 돈이 많이 드니까 콘크리트 가로대는 어떨까?” 하고 다시 물으니 “아치가 좋다”고 벽돌이 대답한다.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재료에게 경외감을 가져야 한다]
<잉여사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와 각종 칼럼에서 보아 온 최태섭의 재기와 분석력에 기대를 걸어본다. 앞서의 글들에서 보여준 성실한 분석이 ‘잉여’라는 키워드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잉여가 이만큼 주목받고 분석되어야 할 대상이 되었다는 데 대해 어리둥절하거나 못마땅해 할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보면 잉여의 존재론은 우리 시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시대의 주료에서 비껴난 이들, 혹은 외면받던 이들 가운데서 새로운 에너지와 역동성이 돌출되어 나왔던 게 역사이기도 한 것 아닌가.
<월경독서>
목수정의 글이 갖는 강점은 가장 냉철한 순간에도 자의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 배어드는 날카로운 감수성, 언제나 언어적 관능을 잊지 않는 문장들은 다른 문필가들과 그의 글을 구별짓는 가장 앞자리에 놓인 지표가 된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다시 한국으로, 자식에서 어머니로, 문화기획자에서 당 활동가로 다시 작가로... 그가 경과해 온, 그리고 지금도 역시 지나고 있는 수많은 장소와 관계와 정체성들을 슬몃 엿볼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아 반갑다.
<이 치열한 무력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안긴 충격은 상당한 것이었다. ‘책을 너무 많이 읽는 것만큼 쓸데 없는 일도 없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읽은 그대로 산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라는 책의 혁명론은 강렬하게 내 맘에 남았다. 사사키 아타루의 다른 저작이 궁금했는데 이후의 강연과 글들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하니 반가울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