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서서 마주하는 시간
빛방울 2024/09/3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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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꺼풀
- 데브 JJ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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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 2024-08-13
: 606
‘비미국인이면서 비한국인’이라고, 그런 자신은 영원히 사이에 존재한다고 여기는 한국계 미국인 데브의 이야기.
불완전한 ‘나’와 불안정한 ‘세상’이 줄타기하며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데브가 처한 상황을, 그 상황에서 맞닥뜨릴 세밀한 감정의 파고를 나는 영영 다 알 수 없겠지만, 십대였던 나를 떠올리며, 불러내며 읽었다.
그 시절엔 바꾸고 싶은 내가 있고, 변하고 있는 나도 있다. 데브도 마찬가지.
남들과 달라서 맘에 들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아 나를 바꾸고 싶어 하고(또는 그 정반대의 이유로-남들과 다르고 싶어서)
욕구도 욕망도 관심도 관점도 그 모든 것의 총합인 나라는 사람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바꾸고 싶은 나와 변하고 있는 내가 끊임없이 포개지고 어긋난다. 그 과정에 있는 게 성장이고 성장통이라면 성장은 나아가는 일이라기보단 딛고 서는 일일 지도 모르겠다. 걸어가는 일이기 전에 멈춰서는 일일 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자신의 욕구를, 욕망을, 불안을, 불화를, 자신이 서 있는 바닥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그 모든 울퉁불퉁한 것을 딛고 서는 일, 데브의 그 시간이 이야기 속에 그려져 있다. 외면하거나 도망하지 않고, 직면하고 직시하는 마음의 일이 이야기 내내 일어난다.
불안하지만 두려움을 딛고 어제를 버리는 일,
불안하지만 미래가 아닌 오늘에 서는 일.
외롭고 괴로운 오늘을 지나며 살아가고 살아남는 일.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봐주어야 한다. 용기 있게. 너그럽게.
데브는 사과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다. 그런 데비에게 구원 같은 말이 온다.
”스스로 용서해야 널 구할 수 있어“
남을 향해선 인정도 존중도 용서도 쉽지만 타인에게 하기 쉬운 걸 자신에게 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점점 더 알겠다. 하지만 쉽지 않지만 필요한 일이어서 다른 이에게 보내는 가치 있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먼저 보내는 일을 배우고 알아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자라는 시간이 된다. 데브의 시간도 마찬가지.
”자란다는 건 때때로 슬프고 화가나는 일이야.
넌 그냥 너 자신이었을 뿐이야. 그것만도 힘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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