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이 주는 선물
빛방울 2024/02/0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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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속삭임
- 하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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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 - 2024-01-08
: 5,103
#우주의속삭임 #하신하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낯섦은 문학을 통해 넘어서는 안전한 경계이고, 그 낯섦을 통해 독자의 세계는 확장된다.
익숙한 세계가 배경이라도 인물이나 소재가 낯설 수 있고, 배경, 인물, 소재 그 모든 설정이 익숙하더라도 낯선 감정이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낯섦이야말로 문학이 주는 선물이다.
우주의 속삭임은 단편이라는 형식과 SF라는 소재를 빌려 독자들에게 낯섦을 선물한다.
책에는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동화에도 단편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단지 길이 차이만 보자면 장편보다 단편이 훨씬 읽기 쉬울 텐데 성인들이 주로 읽는 단편을 생각하면 또 그렇지 않다.
단편은 여백이 많고 그래서 여운이 길고, 불분명하고 그래서 불친절하다. 그게 단편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은 그런 단편에 더 가까워 어린이 독자들에게 낯설 수 있다. 어린이들은 어쩌면 이야기 속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갑자기 이야기가 멈췄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멈추었으나 끝나지는 않은 이야기 안에서 어린이 독자들의 생각 걸음이 이어질 것이다.
SF라는 세계로 걸음을 옮겨보자면, 그곳은 상상으로 확장되는 세상이지만, 배경만 다를 뿐 그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속 인물들은 우리와 똑같다.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어려움과 외로움과 괴로움을 안고 살아갔다. 세계가 달라도 이야기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전혀 낯선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도 다르면서 비슷한 고민과 아픔을 겪는 인물들을 통해 그들 위에 독자의 감정을 포개볼 수 있다. 낯설고도 익숙하게. 공감으로.
여백과 여운이 남는 단편에 이야기를 담는 건, 다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남겨두기 위함이고, 지구 밖 세계와 인간 아닌 다른 존재를 끌어오는 일은 먼 세상이며 우리 너머의 존재라고 여겼던 것들을 헤아려 결국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살아보기 위함은 아닐까.
길어도 구구절절 친절한 장편 읽기의 재미와 유익을 알고, 그 길고 깊은 이야기 속에서 어린이들이 길어내는 생각도 좋지만, 이와 같은 짧고 열린 이야기 밖으로 어린이들이 뻗어갈 생각도 궁금하다.
#우주의속삭임 을 펼치면,
우리 밖의 세상을 보며 ‘우리’의 범위를 넓혀가고, 인간 아닌 존재를 보며 비인간의 세상을 헤아리는, 작고 약한 존재를 지키는 일이 곧 자신을 지키는 일임을 보여주는 옅은 수채화 같은 5편의 sf 단편이 있다. 그 이야기들 안에서 독자는 낯섦이 주는 선물을 만날 수 있다.
#서평단 에 당첨되어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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