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저학년때부터 차곡차곡 보아온 와니니 시리즈를 작은아이도 작년부터 보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하면 한동안 어딜 갈 때든 가방속에 담겨있던 시리즈.
6권 출간 소식에 서평단 신청해서 재빨리 받아보았고, 이번기회에 나도 함께 읽게 되었다., 나는 1-5권은 읽지도 않은 채로 6권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진행된 이야기를 전혀 모르니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지만 그럼에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6권을 더 잘 감각하고 싶어서 앞선 책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
사자들이 주인공인 이야기 자체가 사실 상상 속 세상이라 동물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은 어느정도 감안을 하고 읽게 되는데, 그들의 삶이 유독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인물이나 심리, 생활 등이 모두. 마치 내가 그 자리에서 보고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스토리 자체의 재미도 중요하겠지만 잘 쓰인 글을 읽는 즐거움은 이런 책을 읽으며 배워가겠구나 싶었다. 동화를 읽으며 가끔은 일러스트가 아쉽기도 했는데-어떤 책은 되게 재밌을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권했다가도 일러스트 때문에 퇴짜 맞은 적도 있다. 외니니 시리즈는 표지를 보고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페이지 중간에 들어간 일러스트가 멋져서 이야기를 읽는 사이사이 보는 즐거움도 컸다.
자기 무리를 떠나 낯선 초원으로 떠나는 수사자 아산테와 후루, 서툴기도 하고 허술하기도 하면서 그러다 재기발랄하고 용맹스럽기도 한 여러 모습의 캐릭터. 한가지 모습으로만 그려지지 않아서, 인간만큼이나 다양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어서 캐릭터에 마음이 절로 갔다.
위대한 전설의 수사자 이름을 물려 받게 된 아산테, 그 부담의 무게를 마주하고 잠시 낙담도 하지만 스스로 떨쳐내고 성장하는 아산테의 모습이 주된 스토리지만, 사자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모습에도 눈길이 갔다. 사자도 사람도 코끼리도 못해내는 걸 하루아침에 해내는 ‘누’의 모습을 그려낼 때, 힘없이 약해서 잡아 먹히는 모습만 부각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가진 고유의 능력에 눈길을 보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질 때 내 시선도 거기에 포갤 수밖에 없었다.
비슷하게는, 표범을 이기거나, 암사자의 무리의 선택을 당하거나 하는 중요한 순간들뿐 아니라 무리를 떠나 하루하루 처음으로 맞이하는 모든 날들을 대단하게 여기는 아산테의 마음도 좋았다. 실제 우리 삶도 그러하니까. 대단한 성취만 값지게 여기는 게 아니라 작은 새로움으로 이어가는 평범한 날들도 충분히 값지다고 말이다.
무리를 떠나왔어도 다시 무리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수사자들에게 그들을 ‘우리’라고 불러주는 일만큼 큰 선물은 없을 테지, 그 마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산테와 후루에게만큼이나 내게도 ‘우리’는 소중하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우리’외에도 작고 크고 다양한 나의 여러 ‘우리’들. 그러니 우리를 두고 “그건 무엇보다 믿음직한 말, 다정한 말, 온 초원에서 가장 좋은 말”이라고 한 아산테의 말은 내게도 딱 들어맞는다. ‘나’의 홀로서기에서 시작해 ‘우리’가 되기까지의 아산테의 여정을 고스란히 실감나게 그려낸 6권, 이러니 아이들이 손에서 붙잡으면 내려놓질 않는구나, 제대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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