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oktapman님의 서재
  •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
  • 김혜성
  • 16,200원 (10%900)
  • 2023-05-30
  • : 68

 저명한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생각하는 일은 (...) 정치적 자유가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그렇게들 한다.  그러나 유명한 학자들이 보통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참으로 불행히도 생각하도록 하는 힘은 인간의 다른 능력에 비해 가장 약하다.  폭정 아래에서는, 생각하는 일보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일이 훨씬 쉽다."


 '생각하는 일'은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으로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히 우리 인간들 대부분이 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간주되지만, 위에서 언급된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그리 간단히 결론내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생각하는 힘 혹은 일'은 한나 아렌트가 그의 또다른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폴란드에서의 대규모 유대인 학살을 관료적으로, 실무적으로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언급할 때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습니다.  아이히만의 유대인 학살을 가능하게 했던 주요한 이유로서 꼽는 것이 그의 '무사고'입니다.  즉 자기의 사유와 행위에 대하여 성찰과 반성 없이 주어진 명령, 규칙, 관습에 의지하여 생각 없이 행하는 모든 것을 '무사고'에 기초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시대와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과도한 불행, 재난, 고통의 상당 부분의 일정한 몫이 우리 시대와 사회에서 공공적인 역할과 책임이 더 많은 자들이 행하는 '무사고'와 그에 기반한 실천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 중의 한 부류가 소위 전문가,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흔히 말하는 우리 사회의 잘 나가는 자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법조인, 교수, 의사, 언론인 집단 등을 대체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는 위와 같은 사람들이 자기들을 현재의 정치, 사회, 경제, 정신적 지위에 이르게 한 소위 메인 스트림의 고정적이고 경직화된 사고와 감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고, 그러한 주류적 흐름에 댐을 쌓고 그 자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이 행하는 '무사고'에 기반한 실천입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겪는 각종 과도한 고통과 불행, 재난의 주요한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혜성박사의 새 책을 언급하기 전에 장황히도 위와 같은 진술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전문직인 치과의사이자 박사이며 상당한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인 저자가 위와 같은 전문가 집단의 '무사고'에 기반한 실천에 대항하는 아주 좋은 범례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위의 책에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증진하고 보존한다는 명목 하에서 이루어지는 안티바이오틱스(항생제)의 남용, 과잉의료화에 대하여 아주 친절하고도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하지만 매우 근본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그리고 암 등 여러 현대병들에 대한 기존 주류 의학의 분할적이고 박멸적인 차원의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전면적이지는 않지만 보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몸을 분석적으로, 분할하여,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서양 주류의학의 기존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계론에 기반한 '통생명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생명에 대한, 조금 좁히자면 인간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통생명체라는 개념을 미생물과 인간의 공존, 공진화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전혀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깊이를 결여하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의사라는 전문직으로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자기가 속한 세계의 주류적 사고에 의문을 품고, 그것을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병을 앓고 있거나 앓게 될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알기 쉽고 친절한 언어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따뜻함이 전문성을 가진 용어의 때때로의 전개 속에서도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자기가 속한 세계의 기존 사고와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거기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고집하며 성찰 없는 욕망의 실현을 향해서 내달리는 우리 시대의 많은 전문가들에게 작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