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치과의사다. 현대 의료의 일선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고 그를 통해 밥을 먹고 산다. 현대 의료의 기본 관점은 위생이고 소독이고 박멸이다. 물론 이를 통해 현대 의학은 많은 위대한 성취를 이루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위대한 성취는 그만큼이나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현대 의료가 낳은 위대한 성취의 그늘에서 시작한다. 박멸과 소독의 대상이었던 미생물이 우리 인간의 생명과 생존에 필수적이며 반드시 필요하고 부정할 수 없는 동반자라는 것을 명백해 인식하고 그 미생물들을 '나' '나의 신체' '나의 정신'을 구성하고 있는 나의 일부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를 한 마디로 "통생명체"라고 명명하고 있다. 포유류로서 혹은 영장류로서 단독으로 존재하는 '나'가 아니라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미생물과 '함께 하는 나'라는 개념의 통생명체라는 재미있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이제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 심지어 여러 질병들에 대해서 사실상 제대로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암과 심장질환, 치매 등 온갖 만성적인 질병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울증, 탈진증후군 등 여러 시대의 질병들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무기력은 우리 시대의 증상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자신에 대한 사유적 반성을 요청하고 있다.
이 책은 쉽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질병을 이야기하기 전에 건강을 말하고, 건강을 설파하기 전에 좋은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쉽지만 매우 전복적인 사유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