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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의 서재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 14,400원 (10%800)
  • 2012-04-24
  • : 32,586

ㅇㅅ이가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갔다. 함께 간 친구들 몇 명이 패스트 트랙을 이용권을 갖고 있었다. ㅇㅅ이는 오랫동안 줄서는 자신과 달리 기다리지 않고 입장하는 그 아이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연히! 친구들과 자신이 느끼는 불공평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럼, 너도 돈을 더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와 이 문제를 이야기 했고, 고민에 빠졌다. 엄마 ○○씨는 아이에게 이 책을 권했다. ○○씨는 아이와 읽다보니 생각할 지점이 많은 것 같았다고, 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ㅇㅅ이는 내가 지도하는 독서클럽의 학생이다. 매주 토요일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다. 시작한지 3년이 넘었고, 아이들도 많이 컸다. ○○씨는 더 오랜 시간 나와 책을 읽어온 고전독서 동아리 회원이다. 


항상 그렇듯, 목차를 본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로 나뉘었다. 엄마들도 그에 따라 이 책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여러 번에 나누어 읽고, 읽기 전에 각 주제마다 찬성과 반대로 팀을 나눈다. 우선은 책 안에서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증을 정리하기로 했다.(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의 말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첫 장의 제목이 「새치기」다. 음식점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얻었던 은밀한 혜택이 이제는 공항, 놀이공원, 관광지 등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얻는 정당한 권리가 되었다. 공연장에서는 수고비를 받고 대신 입장권을 사주는 라인 스탠더(line stander)들이 있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의 경우, 기업이나 이용자들 모두에게 이익과 편의를 제공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도 같은 인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인 스탠더의 경우, 이 문제를 보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런 일반화되고 가벼운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더 심각하고 무거운 문제로 나아간다. 


병원의 진료 예약권, 연회비를 지불하는 병원의 전담의사제도의 경우가 그렇다. 이 제도는 “소수를 위한 전담 진료가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다른 환자들을 일반 의사의 붐비는 진료실로 밀어 넣고(50p)”있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줄이 천천히 움직이는 곳에 힘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는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50)”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 우리가 사고 파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패스트 트랙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개인의 자유 존중과 행복이나 사회적 효용의 극대화와 같은 논리로는 놓치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항상 자유시장경제와 공리주의 시각이 놓치고 있는 ‘무엇’이다. 줄서기를 비롯해 재화를 분배하는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논리 대체되는 경향은 우리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이 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수요자가 되고 있다.

 

마약 중독자들의 불임수술에 보상을 하는 자선단체 ’프로젝트 프리벤션’의 프로그램으로 2장 「인센티브」의 질문을 시작한다. 태어날 아기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문제로 보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 방법에 있어 도덕적인가에 대한 논란은 심각하다. 과연 이 불임결정이 뇌물이나 강압에서 자유로운가에 대해 아니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장은 오히려 극단적인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생활에서 경험하는 많은 인센티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 우리는 부지 중 인센티브로 인해 성취를 경험하기도 하고, 인센티브를 이용해서 아이들이나 팀원을 격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5장의 「명명권」은 흥미롭다. 이름에 기업이나 상품의 이름을 붙이는 문제에서 나아가 몸에 광고를 문신하는 사람들에 관해 우리의 생각을 묻는다.

 

과거에는 웃돈을 주고 새치기하는 것은 비난 받는 행위였다.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우리가 사고 파는 시장경제 논리는 과거 우리 삶에서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정신이다. 공동체를 지탱해 왔던 평등의 정신이라면 어떨까? 지속적으로 누군가가 불평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공동체는 합의를 이뤄내기 어렵다. 지금의 양극화의 원인을 거기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그럴 수 있어, 그게 왜 문제가 되지?” 할 수 있는 문제들로 우리에게 접근한다. 그러다가 생명이나 존재와 관련된 자본주의의 부조리 문제에 부딪치게 한다. 마치, “이래도? 그래? 그럼 이건 어때?” 하는 것처럼. 어느새 처음엔 가볍게 여겼던 문제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다.

 

독서 클럽의 ㅅㄹ이는 패스트 트랙에 반대하면서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기업은 또 다른 단계의 상품을 만들려고 할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경계를 만들어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 그거야!^^’)

 

3주에 걸쳐 읽고 있었으므로,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있던 기간 중에 △△씨는 아이들과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첫 날은 패스트 트랙으로, 둘째 날은 줄서서 이용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 책의 내용들이 생각이 났다고, 둘째날 줄 서서 함께 갔던 조카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 했다고 한다. 만일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언젠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할 나이가 왔을 때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나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인용한 존 롤스의 「장막 뒤의 선택」을 소개했다. 공동체를 위한 선택에 있어 정의를 위한 한 개인의 가장 좋은 생각은 자신이 인종, 성별, 빈부, 학벌 등의 자신의 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막 뒤에 있는 것처럼 자신의 조건에 대해 무지한 사람처럼 입법이나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는 롤스의 ‘정의론’을 전해주었다. 자신의 조건 안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 것이 정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그러면 어디까지 돈으로 살 수 있는지가 보일 것이라고.

 

ㅇㅅ이의 마음에 흡족한 토론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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