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의 이름으로는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그 쇳물이라니. 그 쇳물은 무엇일까. 시집 내부를 보니 기사와 시가 병렬로 실려 있었다. 마음에 드는 시 몇편을 본 뒤 구매하고 나와 다음날 아침이 되어 카페에 앉아 읽게 되었다.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눈물이 났다. 창 밖에 비가 내리는데 하늘이 나와 함께 울어준다고 제멋대로 생각했다.
시집 제목 속 그 쇳물은 실수로 발을 헛디뎌 용광로 속에 빠져버린, 온도가 너무 높아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청년을 추모하며 시인의 마지막 염원을 담은 쇳물이었다.
이 시는 시작일 뿐이었다. 차마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밥과 김치를 구걸하다 세상을 떠나버린 시나리오 작가. 임금 체불에 대항해 15미터 상공에서 더위에 맞서는 일용직 노동자의 삶. 4월 16일에 슬프게 떠나간 304개의 별...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아니, 나를 돌아보게 한다.
코로나19도 기승인데 소외된 사람들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추위만으로도 너무 힘이 들텐데...
오후 내내 슬픔에 젖었다.
‘그 돈 아니어도 죽지 않을 사장님
내 돈을 주오‘
<체불> 중에서
그 돈 아니어도 죽지 않을 사장님
내 돈을 주오-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