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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zinga님의 서재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스즈키 유이
  • 15,300원 (10%850)
  • 2025-11-18
  • : 62,090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다면 축복일 테다. 좋아하는 일이 읽고 쓰는 일일 경우, 업적과 성취가 차곡차곡 쌓여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나아가 호흡하듯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미고 관계를 지탱하는 데 버팀목이 된다면, 책으로 집을 짓고 고전의 대가들과 현실 대화하듯 소통한다면 꿈만 같겠다. 스즈키 유이의『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이지수 옮김, 리프, 2025, 248쪽 분량)는 독문학자이자 괴테 전문가 히로바 도이치의 날들에 동행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기라성 같은 대가들의 문장이 곳곳에 찾아오니 일상은 특별해진다. 아껴서 그었던 책의 밑줄들이 소설의 페이지 사이, 문장 사이에 스며있을 때 반갑고 문장이 아니어도 만나고 싶었던 이름들, 저작들이 빼곡하게 인사 건네니 두근두근하다.


히로바 도이치는 결혼 25주년 기념 식사 후 마시던 홍차 티백 꼬리표를 보고 놀란다. 아내와 딸이 읽은 글과는 달리 자신에게는 더없이 의미 있는 괴테의 문장이 적혀 있어 자부심마저 느낀다. 하지만 자부심도 잠시고 괴테의 명언이라는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p.193)) 의 출처는 정확히 어디일가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다. 그는 독일 유학 시절 친구 요한과의 대화를 떠올린다. 독일 사람들은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에도 일단은 ‘괴테가 말하기를’을 덧붙여두는데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p.23)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충 넘어갈 수는 없다. 그는 명언의 출처를 찾는 일에 돌입한다.


“모든 것은 이미 생각되었고, 말해졌다. 우리는 기껏해야 그것을 다른 형식이나 표현으로 반복할 수 있을 뿐이다.-괴테”(p.196)라는 말 또한 기시감이 든다. 전도서에서 솔로몬은 쓰고 있다.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전1:9) 모든 것은 이미 존재했고, 이미 행해졌으며 말해졌다는 요절이다. 그래서 으레 최상의 날렵하고 검증된 문장인 명언을 기꺼이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권위에 편승하는 나태와 무감각을 부르고 지적 받은 일 또한 허다하다. 인용 범벅을 지양하라는 강조도 많다. 시간과 품이 들더라도, 투박하고 적확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문장으로 매만지고 다듬는 정성은 귀하다. 도이치의 딸 노리카는 “모든 건 이미 말해졌어도 자기가 말하지 않으면 재미없지.”(p.222)라고 지적한다. 나의 언어로 다시 말하는 일은 그러므로 빛바래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따로 또 같이 즐기는 도이치 가족의 다정한 시간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에필로그에서 도이치와 노리카, 쓰즈키와 아키코 네 명이 거실에 모여 각각 다른 언어로 된 <파우스트>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다. 작년에 <파우스트>를 재독했다. 스물 남짓에 읽어 기억이 흐릿한 작품이라 초독과 매한가지로 읽고 썼다. 읽고 나의 언어로 재정리한다고 애썼으나 역시 인용도 많았고 꿰뚫었다는 후련함도 미진하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거실 장면을 보면서 다시 파우스트를 읽고, 괴테의 또 다른 저작들을 읽어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읽어낸 작품은 슬플 만치 미미하다. 그럼에도 이런 천재적인 작가의 색다른 권유에 기뻐하며 읽고 만날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책 속에서>

도이치는 자신의 말을 결코 끝까지 믿지 못하는 남자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말을 믿어줄 수 있었다. 그 말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설령 좋은 말은 모두 연기라 해도 그 안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연습하며 입에 붙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움을 획득하면 마침내 그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면, 말은 전부 미래로 던져진 기도다.(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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