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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 16,200원 (10%900)
  • 2014-11-20
  • : 63,336

『정의란 무엇인가』(김선욱 감수, 김명철 옮김, 와이즈베리, 2014, 2009, 444쪽 분량)는 마이클 샌델의 정치 철학 강의를 통해 우리 사회에도 ‘정의’라는 화두를 던졌다. 책은 2010년 처음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정의 바로 세우기의 지침서가 되었다. 저자는 집필의 목적을 정치 역사 또는 사상사를 다루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p.55)고 밝혔다.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정의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숙고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러 관점과 입장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정의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일까?”라는 제목의 첫 장은 정의에 대한 세 가지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바로 복지, 자유, 미덕인데 그 중 복지의 극대화에 영향력 있는 견해는 공리주의다. 정의의 원칙을 추론하기 위하여 저자는 ‘폭주하는 전차’ 즉 트롤리 딜레마를 예로 든다. 두 번째 사례 또한 민감한데 저자는 혼동되는 상황을 생각하고 정리해아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이 바로 ‘철학으로 가는 기폭제’(p.53)이며, 행동의 세계와 이성의 영역이 소통하는 방식이 도덕적 사고의 근간을 형성한다고 전한다. 2장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벤담은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의 극대화, 즉 쾌락의 총량이 고통의 총량보다 많게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p.63) 일반적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시도는 반박을 부르는데 계약과 희생양이라는 논점을 제시하는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소환한다.

 

3장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자유지상주의”편에서도 주장은 갈린다. 경제 불평등은 부당하므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들을 돕자는 이들과 자유로운 선택으로 얻은 부는 부당하지 않다는 이들이 있다. 정의를 행복의 극대화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부의 재분배 주장을 옹호하지만 반박도 존재한다. 두 가지 반대 주장이 있는데, 그 중 자유지상주의자는 부자의 세금을 가난한 자들에게 재분배하는 행위는 자신의 소유를 원하는 대로 할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댄다. ‘자신은 자신이 소유한다는 생각’(p.114)은 선택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에 자주 등장하는데 설득력 있지만 위험한 지점이 존재한다. 저자는 장기 거래와 안락사의 예에서 자기소유의 개념을 좀 더 살펴본다.

 

4장은 자유시장은 공정한지, 돈으로 살 수 없거나 사면 안 되는 재화는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지 논의한다. 5장에서는 이마누엘 칸트의 철학을 살펴본다. 칸트는 정의를 이해하는데 공리주의 접근법과 미덕에 기초한 접근법은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기에 거부하고 대신 정의를 자유와 연관시키는 접근법을 지지한다. 칸트는 모든 인간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이유를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p.166)이라는 데서 찾는다. 그는 쾌락과 고통이 인간의 통치권자라는 벤담의 주장에 반대하며 그 자리를 이성에 내어준다. 이성과 자유, 두 가지 능력이 합쳐졌을 때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고 여긴다. 칸트가 세 가지 주요 개념인 도덕, 자유, 이성을 대조 혹은 이원론적으로 설명한 사항 중에서 가언 명령과 정언 명령의 개념과 ‘다른 어떤 동기도 없이, 그 자체로 절대적인 명령을 내리는 실천 법칙’(p.183)인 정언 명령 소개는 인상 깊다. 칸트의 3대 비판서 정독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장이다.

 

6장은 원초적으로 평등한 상황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할 것인가를 질문한 존 롤스의 <정의론>으로 시작한다. 롤스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선택한다는 가상의 사고 실험을 통해 사회 계약의 개념을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가상적 합의라고 보았다. 7장은 소수 집단 우대 정책에 반발하는 입장과 지지하는 입장을 살펴본다. 지지하는 이유의 세 가지 근거는 표준화된 시험의 격차 또는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서, 과거의 차별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학교와 사회의 공동선을 앞세워 다양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이 장에서 저자는 영예, 미덕, 선의 의미에 관한 논의와 결부되어, 가망 없는 의견의 차이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 정의에 관한 논쟁이 논란에서 벗어나 정의와 권리의 기본을 찾기 원한다는데 주목한다. 칸트와 롤스의 철학이 그 기본을 찾으려는 시도였다고 정리한다.

 

8장 정의와 도덕적 자격 편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함께 본다. 근현대의 정의론이 공정성과 권리를 앞에서 언급한 영예, 미덕, 도덕적 가치에 관한 주장으로부터 분리하고자 하는데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와 좋은 삶은 연관될 수밖에 없고 정의는 중립적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추론을 따라가며 재화와 배분, 정치의 목적을 열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치는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것인가에 관한 것’(p.288)으로 공동선을 고민하고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보살피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언어는 선을 식별하고 고찰하는 매체로 본다. 9장은 충성심의 딜레마를 다루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를 묻는다. 사과와 손해 배상, 조상의 죄를 우리가 속죄해야 하느냐는 논쟁은 지금도 첨예하다.

 

저자는 10장 정의와 공동선에서 앞서 언급해온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접근법을 요약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철학, 자유지상주의와 평등한 사회를 향한 존 롤스의 주장,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찰하는 것’(p.379)으로 저자는 이 중 세 번째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힌다. 저자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p.380)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전망한다. 도덕적 이견과 차이에 도전하고 때론 경청하며 직접적으로 참여하자고 촉구한다.

 

책은 어쩌면 인류와 함께 태동하고 동반해온 ‘정의’에 대해 환기시키고 숙고하도록 돕는다. 최고선으로 여겨지는 원칙은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른 면을 보여주고 혼란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저자는 정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과정을 보여준다. 사고실험과 실제 에피소드를 배치하여 현실과 이론의 충돌, 선택하기 힘든 딜레마 상황을 제시함으로 독자는 생각과 행동, 선택과 주장에 한 번 더 숙고하거나 귀 기울이는 경험을 한다. 주제가 심화되고 장이 바뀔 때마다 매끄러운 정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결말 부분의 총평으로 다음 장의 질문지를 받아볼 마음의 준비를 시킨다.

 

책을 읽으며 칸트의 철학을 간략하게나마 조망할 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정의’라는 화두로 주요 철학 사상을 연결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점을 책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p.326)라며 서사라는 관념을 제시한 매킨타이어의 견해는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를 사회적, 역사적 역할과 지위와 분리 가능하다’라는 추론은 잘못이다”(p.329)라는 주장은 공감이 되었다. 서두에 저자가 밝혔던 책의 목적, 정의에 대한 견해 정립 후 비판적 검토를 통해 깨닫고 통찰한다는 목적은 저서의 구조를 따라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 훈련의 장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된다. 쏟아지는 사례와 논리에 답하느라 부지불식간에 긴장하고 입장을 생각하게 만드는 저서로 토론할 때 더 빛나는 책이 될 것이다. 공론의 장을 통과해 정의가 추상적 개념이 아닌 매순간 선택함으로 성취하고 실현하는 성장의 고리가 되지 않을까. 유익하고 흥미로운 샌델의 저작을 추천한다.

 

 


책 속에서>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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