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을 정신적으로 추구한다. 현실적으로는 멀다는 의미다. 늘 책장을, 책을 정리해야 한다고 아주 중요한 책들만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는 요원하다는 의미다. 당연히 꼭 필요한가, 그만큼 중요한가, 공간을 내어주고 계속 함께 갈 만한가 재어보려 근래 들어 더욱 노력한다. 한편, 그와 별개로 갖고 싶다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쓸모, 활용도, 적절한 수준, 난도를 떠나서 일단 곁에 두면 행복해질 것 같은 그 무엇. <어른의 어휘 일력 365>가 여기에 속하였다.
『어른의 어휘 일력 365(윌마, 2024, 384면 분량)』는 출판인이기도 한 서선행과 이은정 두 저자가 공저한 일일 어휘집이다. 어휘력과 말공부의 중요성을 전하는 책이 계속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표현을 하지만 온전히 닿지 못할 때 불통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상투구 문장이나 지루하게 반복하는 무의식적 어휘 연결로는 생각을 명확히 드러내기 어렵다. 뭉뚱그려진 낱말 뿐 아니라 유행어나 신조어 사용은 오히려 답답함을 가중시킨다. 어휘력이 좋아진다면 삶의 질도 개선될 것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어른의 어휘 일력 365』는 포켓 사이즈보다는 크지만 한 손에 들어오는 정도다. 스프링 제본으로 책상 위에 세워두고 한 장씩 넘기며 오늘의 어휘를 만날 수 있다. 지식인들의 말과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작품들에서 검증된 어휘를 제공하는데, 사전적 정의와 예문, 같이 알면 좋은 말을 함께 실어 활용 범위를 넓혔다. 관심 있는 어휘를 따라서 새로운 말도, 익숙한 말도 천천히 그러나 적확하게 축적할 수 있을듯하다. ‘직조하다’, ‘침잠’과 같이 좋아하는 단어도 보인다. ‘혜안’은 ‘통찰’을 곁들여 알려 준다.
일력은 매 주 마지막 날에 단어 대신 명문장을 담았다. 고전이나 문학 작품에서 발췌한 문장들도 있고 속담도 있다. 펼친 면에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라는 칼 포퍼의 말이 영문과 나란히 실려있다.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하지만 해결하기 위하여 함께 뛰고 결국 해내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긍정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문장이 오늘의 마음 날씨를 재는 자가 된다. 별만 쫓아도 안 되겠지만 “평생 소원이 누룽지”여서도 안 된다. 알록달록한 색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너무 간략하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꾸준하게 익히며 자기만의 어휘 저수지를 주도적으로 확장해 가는 것 또한 의미 있을 것이다. 어휘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갈 실마리. 오늘부터 1일이다. 날짜를 찾아 책상 위에 단정히 세운다.
(서평단-출판사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