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동물 관련 책을 두 권 읽었다. 개를 키우고 있어서 '개의 사생활'을 읽었고, 진중권 씨 책은 흥미로워 보여서 읽었다. 재미있고 유익하다. 다만, 옥에 티가 있다. 작가가 길지도 않은 <슬견설>을 급히 읽었거나, 인터넷 검색 자료만 본 듯하다.
135쪽에서, 이규보는 <슬견설>에서 벼룩을 잡는 게 정당하면 개를 잡는 것도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고, 이익은 거꾸로 나아가서 파리의 목숨조차 가벼이 하지 말랬다고 했다. 그러나 이규보는 벼룩을 잡는 게 정당하면 개를 잡는 것도 정당하다고 하지 않았다. <슬견설>의 요지는 이러하다.
'나(이규보)'에게 손님이 찾아와서, 어떤 불량배가 개를 때려죽이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다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이를 잡아 화로에 넣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파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손님이 자신을 조롱하냐고 화를 내자, '나'는 개와 이가 비록 크기는 다르나 살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같다며, 달팽이의 뿔을 소 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붕새와 같이 보라고 권한다.
즉, 이규보는 개를 잡는 게 벼룩 잡는 것처럼 정당하다고 한 것이 아니다. 아쉽게도 옥에 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