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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신경다양성 커플일까요
  • 로나 헤커
  • 16,000
  • 2025-11-25
  • : 220

신경전형인과 신경다양인 사이 어딘가

- 스펙트럼 위를 항해하는 당신에게 드림

 

신경다양인·신경전형인 커플의 ‘반복되는 단절과 오해’를 다루는 이 책을 누가 읽을까? 신경다양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신경전형인 혹은 신경전형인과의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 신경다양인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신경다양인의 입장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신경다양인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신경전형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신경다양인이라고 하기엔 제법 멀쩡한 면이 있지만, 신경전형인이라고 하기엔 명백한 심리적 어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특발성 과다수면장애, 하지불안 증후군, 건선.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이 정도다. 신경전형인 세상에서는 신경다양인의 자질을 잘 갖춘 셈이지만, 신경다양인 세상에서는 제법 멀쩡한 척도 잘하고 어려움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서 신경전형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정신과 약을 먹은지 5년 차가 되었다는 사실을 밝히면 ‘당사자 아닌 줄 알았어요!’하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쩐지 내가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강조하고, 나 또한 당사자라는 것을 어필해, 내 자리를 찾아가야 할 것 같은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주위 농도의 영향을 받아 액체가 이쪽으로, 저쪽으로 이동하는 삼투압 현상처럼 말이다.


이렇듯 나의 위치가 애매하다보니 정신질환자를 예상 독자로 한 책도, 가족이나 지인을 독자로 한 책도 오묘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신경다양인과 신경전형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감정을 다루다보니 양쪽을 자유로이 이동하며 나의 이야기를 대입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신경다양인을 향한 일방적인 이해나 배려를 요구하지 않으며, 신경다양인 또한 신경전형인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관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우리는 다양성과 전형성이라는 스펙트럼 사이를 이리저리 이동하며 살아가는 변화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다만 이 책이 ‘구체적인 개입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p.29)’는 것, ‘커플 관계에서 신경다양성이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난다(p.29)’는 사실은 알고 있는 게 좋다. 혹시라도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얻으려고 책을 펼쳤다가는 조금 실망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신경다양인이든, 신경전형인이든, 나처럼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든 서로의 신경학적 특성이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머리와 마음 깊이 간직한다면 상대를 향한 짜증과 분노는 조금 가라 앉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신경다양인 파트너가 신경전형인인 나를 신뢰하지 못해서, 사랑하지 않아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눈 맞춤을 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게 느껴지거나 심리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해 실망하는 일은 줄어들 테다. 신경다양인도 마찬가지로 신경전형인의 세상에서는 눈맞춤이 우호적인 관계, 믿음 등을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기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인중 등을 보는 방식으로 눈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거나, 미리 눈맞춤이 어렵다는 사실을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 집중력에 문제가 생긴 것 같거나, ADHD가 있는 게 아닌지 스스로 의심하는 사람. 혹은 관계에 반복되는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 또한 우울과 불안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나빠졌을 때 너무 많은 실수들을 반복해 ADHD가 아닌지 의심했었으니 말이다. 혹은 신경다양인·신경전형인 커플로 살아가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대한 설명을 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참고해봐도 좋다. 물론 책에서 밝히고 있듯 신경다양인·신경전형인 커플에 대한 임상적인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이 점 유념한다면 스펙트럼 위 어디에 있든 나를 혹은 상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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