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죄책감, 수치심 뒤에는 충족되지 못한 욕구 존재
감정 이면의 욕구에 연결해 더 나은 방안을 찾을 것
부정적 감정 뒤에는 좌절된 욕구가 있다
분노, 죄책감, 수치심은 다루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감정 자체가 아닌 감정을 불러일으킨 욕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오토바이가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화가 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 순간의 감정은 '분노'이지만 그 뒤에는 '안전', '규칙', '예의' 등의 욕구가 있는 셈이다. 내 앞을 지나간 오토바이가 안전 등에 대한 나의 욕구를 좌절시켰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순간에 분노 자체를 다루는 것보다는 '나는 안전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구나', '오토바이가 규칙을 무시해서 화가 났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죄책감이나 수치심도 마찬가지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인정하되, 지나치게 자책하거나 판단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대신 나의 가치관을 파악해 나와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거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친구의 믿음을 저버려 친구에게 욕을 먹고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고 해보자. 이 상황에서 자책은 쓸모가 없다. 나의 잘못과 문제를 직시하되 자책할 에너지를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에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나의 욕구는 '연결', '안전' 등일 수 있다. 물론 나의 욕구만이 아닌 상대의 욕구도 고려해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원칙이다.
수치심에 저항하지 마라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 중 다른 하나는 '분노, 죄책감, 수치심'을 기반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지우려고 하는 행동은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을 동기로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내린 결정은 후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죄책감과 수치심 뒤에 있는 나의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저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으로 보일 때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이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소비를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비를 하는 순간에는 자신이 가난하다는 수치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소비한 만큼 자산은 줄어들고 더욱 가난해진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다시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학습한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모습을 일부러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마음에 저항하는 방식은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알아차리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 안의 욕구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저항'이 아니라 '수용'을 통해 가능하다.
다만 책의 예시는 번역의 문제인지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다소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나한테 변덕스럽다고 말할 때 당신은 실망스러운 것 같아요. 그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완전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가 이해하기를 바라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할 때는 특히 더 그렇다는 걸 제가 이해했으면 하나요?(p.104)"와 같은 대화가 그렇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지 의문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일 것이다.
더 깊은 이해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마셜 B.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를 추천한다. 책의 많은 부분이 『비폭력대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