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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hui2604님의 서재
  • 당신의 눈물도 강수량이 되겠습니까
  • 손준호
  • 9,500원 (5%500)
  • 2022-08-10
  • : 41
삶은 죽음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말처럼
시를 쓰는 건 시인의 숙명처럼 느껴진다.
시를 쓰며 위로가 되었다
시를 읽으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져 왔다.
아름다운 슬픔을 간직한 시가 주는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

그에게 시가 와서 참 적절한 때에 파종되어
꽃도 피고 열매를 맺었다.강수량이 되었다.
자주 펼쳐 보게 될 것 같다.

감명 깊었던
손준호의 시 <파종>을 다시 읽어 본다.

파종 / 손준호

나는 농한기에 세상에 파종되었다.
쌀눈 치는 날 나서 쌀밥 걱정은 잊어버렸다고
당신은 부적 같은 말씨를 언 땅에 흩뿌리시었다

슬픈 마음에 좋은 싹 움틀 리 없다고
초상집 다녀온 날은 볍씨를 뿌리지 않으셨다.

숟가락만 챙겨 학교 간 날이 많았다.
누에의 푸른 피가 마른 등짝에 터져 있곤 했다.
새벽이 쉬 열리지 않아 쥐며느리처럼 발가락을 자주 웅크렸다

이파리가 둥근, 당신 말나무 그늘 들면
다친 날개가 금세 아물곤 했다

새의 부리는 피부일까, 뼈일까?
보자기 망토 덮어쓰고 새가 되는 연습을 한 적 있다.

내가 눈물바람 날리며 날갯짓하는 동안
자고 나면 다 괜찷다, 말씨도 자라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

초승달을 마당귀에 심은 어느 날 벽시계가 멈췄는데
나는 약이 떨어졌다 하고 당신은 밥을 주지 않아 죽었다고 했다.
때를 놓쳐 기저귀 차고 요양병원 들어간
당신 품속의 살점 참 많이도 빼먹었다 생각건대
밥상머리 등골이 서늘하다

남새밭에 씨감자 심는 춘삼월
풍경이 너무 환하디환해서,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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