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는 순간 눈앞이 환해진다.
푸르른 숲이 바탕이 되는 표지에 지구에 사는 여러 동물이 등장하고 볼록체의 글씨로 제목이 보인다. 그 글씨체가 여행자의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작 유엔은 캐나다의 홍콩계 이민 1세대 작가이며 에세이스트라고 한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한 문학적 에세이를 주로 집필한다고 하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사람을 놀라게 한다.
첫 장부터 웨들바다표범, 기니개코원숭이, 걸프코르비나 등 난생처음 들어보는 동물 이름이 천연덕스럽게 등장한다. 마치 옆집에 사는 아무개 이름을 대듯이 편안하다.
에세이스트가 아니라 과학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지난해 읽었던 책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에서 더글러스 애덤스가 말하는 것처럼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처음 한두 페이지를 읽고는 그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몇 장 더 넘겨보면 그의 진심에 고개를 끄덕이며 키득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힘들고 지칠 때, 삶에서 답을 찾고 싶을 때면 우리 인간 세상에서 잠깐만 눈을 돌려 자연에서 답을 구하라고 한다. 거칠고 험한 곳을 여행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인간이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도 은행나무나 바다거북처럼 오래 살 수는 없다. 삼엽충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까마득한 과거에 아무런 장비도 없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봉우리에 날쌔게 올랐다.
조류와 충돌하는 항공기 사고가 갈수록 증가하는 요즘, ‘다른 새가 정면으로 다가온다면 항상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라.’라는 간단한 규칙만 알아도 많은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우리 인간들이 지구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만 눈을 돌려 주위를 보고 다른 삶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는 좀 더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1등만 고집하지 않으면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생명체가 궁금하다면 책 뒷편에 준비된 '앞서 언급했고 대부분 생명체인 대상에 관한 간단한 생각'을 꼭 읽어 보시길!
*본 서평은 구구의 서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필자의 의지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악어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록스타나 다름없는 친척인 공룡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 P37
적응해서 살아남으려면 1등이 되겠다는 생각, 심지어 2등이 되겠다는 생각까지 철저히 멀리하고 성취 그 너머를 보며 화려한 업적 뒤에 숨은 존재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P43
당신이 누구를, 무엇을 초대하든, 기억에 남는 파티는 스트레스가 잔뜩 쌓이는 행사가 아니라 교류와 교감을 위해 다 함께 모이는 자리라는 사실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P74
우리는 다른 존재와 이어지지 못하는 데 한탄하지만, 다른 존재에 완전히 붙잡힌다는 생각도 견디지 못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는 형성중인 별자리 속 별이 되어서 하늘을 빙빙 도는 것 아닐까.- P95
회복할 수 없는 상처도 있는 법이니까. 우리가 여행비둘기 passenger pigeon에게 입힌 상처가 그렇다. 우리는 선량한 여행비둘기 30억 마리를 세상에서 없애 버렸고, 끝내 외로운 비둘기 마사Martha 단 한 마리만 남았다. 마사도 우리를 용서하지 못한 채 한 세기 전에 죽었고, 이제 유령이 되어 우리를 쫓아다닌다. 우리가 지난날 저지른 나븐 행동을 마주하면 고통스럽겠지만, 앞으로 더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잘못에서 배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미래에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P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