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기분에 함몰된 내 상태를 감추기 위해 물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저으며 언제나 과잉 보상을 한다.- P26
나는 백인의 환심을 사도록 양육되고 교육받았으며, 환심을 사려는 욕망이 내 의식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더라도, 그것은 백인의 환심을 사고 싶어 하는 나 자신의 일부를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을 피할 방법을 알 수 없었다.- P66
왜 그냥 솔직하게 내 시가 싫어서 내가 싫고 나를 대수롭지 않게 보게 되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거야? 말을 해야 내가 진실을 알 수 있잖아! 내가 얼마나 예민한지 모르나? 내가 얼마나 내 시에 자신이 없는지 세 시간이나 얘기했잖아? 내가 얼마나 경계심이 강한지, 내가 얼마나 시를 남에게 보여주기를 꺼리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서로 엄마에 관해 얘기하면서 둘 다 엄마 때문에 누구든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얘기도 했잖아? 우리에겐 자아라는 필수적 신체 기관이 모자란다는 얘기도 했잖아? 우리의 자아는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 텅 민 거대한 수영장 같다고 했잖아, 헬렌! 어디 있는 거야, 이 미친년아! 내 시가 어떤지 말하란 말이야!- P196
헬렌과 나는 대학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갔다. 헬렌은 이 나라를 떠났다. 그 애는 우리의 삶에서 사라졌고, 그 애가 없어져서 솔직히 좋았다. 하나도 그립지 않았다. 걔가 돌아와 내게 화를 내는 꿈을 몇 번 꾸었고, 잠에서 깨 걔가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러나 이 에세이를 쓰고 있자니 마치 헬렌에게 내 삶으로 돌아오라고, 와서 내게 분노하라고 호출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애는 내 시를 갖다 쓰는 배신을 저질렀지만, 나는 그 애의 삶을 글감으로 가져다 쓰는 더 큰 배신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P202
때때로 나는 뉴스 기사에서 범죄 피해자가 아시아인이면 일부러 읽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 사건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싫기 때문이다.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관하기 싫다. 왜냐하면 분노 속에 방치되기 싫기 때문이다.- P231
부채 의식이 있으면 생각이 미래에 고착된다. 나는 어쩌다 행운을 얻으면 쉽게 흥분하는 조그만 강아지처럼 긴장한다. 이 행운은 누구 것이지? 물론 내 것일 리 없어! 나는 행운을 거저 받는 선물이 아니라 앞으로 매주 악운을 당함으로써 할부 상환해야 하는 융자처럼 취급한다.-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