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쉽게 핸드폰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시 이사 갈 일이 생겼다. 각자의 집에서 살고 있었던 엄마와 나는 이번에 전세금 인상을 통해 집을 합치기로 했다. 그동안 전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7호선 라인으로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전 직장이 없어졌기에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이유가 없어졌다. 나는 인프라 좋은 이곳을 옮기고 싶지는 않지만, 친구와 직장이 있는 엄마가 이동 할 수 없으니 내가 거주지를 옮기기로 합의를 한 후 집을 보러 전철에 올랐다. (작년에 자동차를 폐차 한 후 아직 자동차를 사지 않고 있어 2시간 30분 거리를 지하철로 달려야 한다)
상봉역에서 경춘선까지 환승 후 출발까지 15분 남았다는 것을 확인 했다. 또 먼 길을 달려간다는 생각에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 그날 유독 많은 짐이 있었다. 조카들에게 줄 물건들을 잔뜩 가져가느라 분주했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화장실 선반에 잠시 올려놓았고 나는 그걸 잊고 나왔다. 정말 30초 밖에 안됐다. 커피를 한잔 들고 타야겠다고 생각했고 주문을 하려다 보니 핸드폰이 없다는 생각에 화장실로 다시 달려갔다. 그 순간이 정말 30초에 불과 했다. 내가 썼던 칸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문을 두드려 핸드폰의 유무를 물었는데 안에 계신 아주머니는 핸드폰이 없다고 했다. 혹시 나의 기억이 틀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봐도 나의 핸드폰은 없었다.
춘천행이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부동산 사장님과의 약속 시간 때문에 지하철에 올랐다. 허망한 마음으로 먼 곳을 응시하며 앉아 있는데 현실 같지 않는 나의 시간이 와 닿지 않는 순간이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핸드폰의 영상들을 보고 있었다. 나도, 나의 핸드폰이 있었다면 그것을 보며 즐겁게 있었을 텐데. 이런 때를 대비해서 가방에 넣어 온 책을 꺼냈다. 단 한글자도 읽혀지지 않았다. 젠장. 이 책을 가방에 넣지 않았다면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을 것이고 또 그렇다면 핸드폰은 잃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가방에 책을 넣어 다니는 행위는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지하철에서 내렸다.
동생네 집에 도착 후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얘기했다. 3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동생 핸드폰으로 우선 분실 신고를 한 후 집을 보러 다니는데 멘탈이 나가 있는 상태라 집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핸드폰을 잃어버린 후, 많은 연락처들, 사진들, 일정들-특히 병원 일정 기록들, 그리고 오늘 전세계약을 한다면 바로 입금할 돈이 들어 있는 은행 어플등등 눈앞에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머릿속이 온통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신 총 4곳의 집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동생 집으로 돌아가 소파에 누워 조카들 핸드폰을 돌아가며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엄마까지 오셔서 전화를 돌아가며 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 한견에 쌓인 결정의 순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연락처는 핸드폰 바꾸기 전의 연락처를 이동시킨다. 핸드폰에서 결제 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정지 한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본 시간은 오후 6시였다.
전화를 받았다.
나의 전화기는 오전 11시에 나와 헤어져 오후 6시에 구리 역무실에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30분의 시간이 지옥 같았다가 환희를 줬다가 왜 구리에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가 그렇게 나와 다시 만났다. 어디 하나 깨진 것 없이 탁자에 있는 핸드폰을 손에 쥔 순간 아, 이게 뭐라고 참...한숨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며 알게 되었다. 분실신고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핸드폰은 데이터를 그 어떤 순간에도 허락하지 않는다는것....카톡도 전송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무료 사용인 와이파이에서는 그 어떤 것도 다 수용하여 모든 어플을 열어 준다는 것.
이제는 핸드폰이 내 손에 들어 왔지만 와이파이 없는 곳에서는 유투브도 틀어지지 않으니 이제는 무겁게 가방에 넣어 온 책을 꺼내 읽기로 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가슴 한편이 모두 검게 칠해져 있었다. 가방속을 무겁게 만들었던 그 책은 일주일이나 걸려 다 읽을 수 있었다. 마음 한켠이 무거우니 이토록 뭘 읽는 다는 것이 힘들었다.
이 책을 다 읽기가 이토록 어려줬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