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그대의 窓에 속삭이다

열었던 모든 문들을 닫으며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쌓아 놓은 책들을 정리하다 시집만 모아 놓은 칸에 들어 가 있는 일기장을 찾았다. 그 일기장은 2002년도부터 약 2년간 쓴 일기였다. 20년도 더 된 일기장의 첫 장을 읽다가 웃음이 터졌다. 이 일기장은 한 남자와 연애를 기록한 일기로 핸드폰 문자까지 기록해 놓았다. 다행히 집에 나 혼자라서 이 일기장의 유무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20년도 더 된 이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일기장이 저 구석에 숨어 있었다니, 누가 읽기라도 하면 큰일 날 뻔 했다. 이래서 책을 누구에게 빌려 주지도 않고 집에 초대도 안해야 한다. 앉은 자리에서 약 2년 치의 일기를 읽다가 웃음도 났지만 눈물도 났다. 이제는 그도 나도 중년의 나이에 있을 테지만 일기장 속의 우리는 어찌나 반짝이던지. 이런 소름 돋는 유치한 일들을 매일 하며 지냈다니 미쳤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시절의 나와, 그가 너무 유치하지만 그 순간의 소중한 감정을 이렇게 나눴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그저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쩌다 발견되는 감정들로 지금의 지겨운 날들을 위로해주고 싶다. 그렇게 2024년을 열었던 많은 문들을 다 닫아 놓고 새로운 문을 열어야겠다. 새로운 마음은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 그냥 비어 있는 그 어떤 것들을 만들어 놓고 싶다.





2024년 문을 닫고 

2025년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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