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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난 얘기가 되지만 이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했을 때 조금 설레었다. 결국 역사는 돌고 돈다더니 대중문화도 돌고 도는구나 했다. 그래서 복고니 레트로니 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난 본방사수 같은 건 거의 안하는 편이라 이 드라마 역시 한참 지나고 최근에야 한 3주간에 걸쳐서 봤던 것 같다. 총 10편에 지나지 않은 걸.


추리 수사물이지만 시대극이기도 하다. 1960년대가 배경인데 요즘 수사물도 온갖 화려한 볼거리를 장착하고도 겨우 볼까 말까인데 저 시대에 프로파일링 기법도 아직 없었을 땐데 어떻게 무엇을 보여줄 건가 좀 의아스러웠다. 하긴 그렇다고 우리가 드라마를 안 보고 살아 온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 시절 추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역시 예리한 추리와 빛나는 액션이 답이었다. 


초반엔 다소 어색한 느낌이없지 않지만 가면 갈수록 힘이 느껴졌다. 독특한 건 그 옛날 <수사반장> 오리지널 멤버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    

    

맨 왼쪽이 김상순 배우고, 맨 오른쪽이 조경환 배우다. 이들 중 현존해 있는 사람은 최불암 배우뿐이다. 저 배우들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박영한 역을 맡았던 이제훈은 그동안 범죄 액션물에서 (모범택시1, 2) 인상적인 연기 때문에 캐스팅 된 것 같기도한데 너무 현대적인 이미지라 이 작품엔 다소 안 맞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제훈이 늙으면 어떻게 최불암이 될 수 있을까? 저 오른쪽 두번째 남성훈 배우가 된다면 이해하겠지만.ㅋ  암튼 열심히 하는 배우를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그냥 그렇다고. 이번 주에 그가 출연한 영화가 출격했다던데 그는 아마 미스터리 액션 뭐 이런 쪽으로 이미지를 굳힐 모양인가 보다. 


그나저나 보통 드라마가 12회에서 길게는 16회까지 하던데 이건 10회에서 끝났다. 그렇다고 딱히 시즌2의 기미를 보인 것도 아니다. 배우들의 케미도 나름 좋던데 시즌2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위하준이 3년 전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에 나오는 거 보고 이 배우 언젠가 뜨겠구나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 나온다고 했을 때 나쁘진 않겠구나 했다.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근데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앞으로 안판석 작품을 더 볼 것 같지가 않다. 2007년이었나? <하얀거탑> 보고 좋아라 했다. 그 이후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까지는 봐 줄만했다. 하지만 <봄밤>부터는 뭔가 나의 인내력을 시험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정해인, 한지민이 나오는데도. 


난 영화나 드라마에 인내력을 시험하게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인내하고 있지? 하면 바로 안 본다. 그런 작품은 끝까지 봐도 별로 남는 것이 없다. 어차피 드라마를 보는 행위엔 시간 죽이기를 포함하고 있다. 시간을 확실히 죽여주지 못하면 채널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만큼 시청자의 세계는 냉정하다. 아무리 죽을 고생해서 만들었다고 떠들어도 재미없으면 끝이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안판석의 작품을 좋아할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선 매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나이 먹어 들어가면서 좀 인생을 관조하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을텐데 만들어도 꼭 로맨스다. 그것도 연상연하 커플의. 나름 파격적인 건 <밀회>지. 그냥 연상연하가 정도가 아니라 여사님이었으니. 암튼 그러다 보니 이 사람 연상에 대한 페티쉬가 있나 싶기도 하다. 드라마가 이렇다할 극적인 전개가 없는 건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그래서 약간 지루한 프랑스나 일본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뭐 인생 별거 있어 하며 볼 수도 있겠지. 시청자들이 꼭 극적인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지루하고 느른한 게 당길수도 있다. 그러면 안판석표 드라마 추천해 드려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나름 놀랐던 건 우리나라 고등학교 국어에 정말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실렸냐는 거다. 모르긴 해도 설정일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드라마가 설정이어도 어느 정도 현실을 바탕으로 하기도 하니까.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격세지감은 맞지 않는 표현일 것 같고, 나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실렸으니, 요즘 아이들은 좋겠네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건 좀 아니겠구나 싶다. 그나마 내가 학교 때 좋아했던 과목이 국어인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정말 그나마지 정말 좋았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국어 좋아한다는 아이들도 다를 바 없겠구나 싶었다. 솔직히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나이들어 갈수록 좋아지지 첨부터 좋기엔 뭔가의 장벽이있다. 특히 그 독자가 젊은 사람일수록. 나도 20대 때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그땐 작가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내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라였다. 하지만 그때 작가는 주인공을 30대 말 40대로 설정했던 것 같다. 왜? 작가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난 그때 20대였으니 글을 잘 쓰는 건 알겠는데 공감하기엔 좀 버거웠다. 그걸 지금의 아이들도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그렇담 이거 완전 통돌이 아닌가. 왜 우리나라 국어 교과서는 그래야만 하는 건가 싶은 것이다. 젊은 아이들에겐 그에 맞는 정서의 작품을 읽게해 줘야하는 거 아닌가? 젊은 작가의 젊은 감각의 작품도 많을텐데 하필. 그렇다면 아이들은 평생 국어는 고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이란 인식에서 못 벗어날 것 같다. 


하긴 문득 옛날 생각난다. 그때 2000하고도 몇년도쯤인지, 어느 알라디너가 고등학교 참고서인지 교과서가 있는데 그냥 버리기는 좀 아깝고 혹시 필요한 분 계시면 보내주겠다고 해서 내가 넙죽 손을 들었다. 그때 국어를 비롯해 사회, 도덕 같은 내가 좋아했던 과목이라 제가 읽고 버리겠다고(?) 나에게 보내주시라고 했다. 그때 받고 후회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또 신앙인이라 내가 후회하면 후회하는만큼 보내주신 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지금은 그런 꿈은 안 꾸는데 한동안 내가 학교에 있는 꿈을 종종 꾸곤했다. 그 꿈을 그때 다시 꾸게 될까 봐 쫄기도 했다. 


최근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 수능의 문제점을 고발한 책을 냈다고 하는데 모르긴 해도 학력고사 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었나? 아무튼 우리나라 교과서는 좀 재미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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