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말하라면 폭력 액션 피 환장 환타지 뭐 그런 거 아닐까?
내가 설마 그런 장르를 좋아할 리는 없고 순전히 송중기 때문이다. 그는 외모와 달리 거칠고 선 굵은 연기를 제법 잘 한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연기를 보여 줄까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자체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영화에서의 거칠고도 고독한 연기는 일단 합격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치건 역을 맡은 송중기와 연규 역을 맡은 홍사빈 투톱이긴 하지만 그래도 홍 배우한테 좀 더 비중을 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어두운 조폭 세계의 이면을 다룬다. 어떤 이는 지옥 같은 세계를 벗어날 수 없는 두 남자의 운명을 다뤘다고 하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긴하다. 근데 나는 나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체로 그런 것을 생각 했다. 하나 같이 불행한 가정과 개인사가 결국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맞는 것 같긴 하지만 난 아직 세상을 그렇게 비관하고 싶진 않다. 이 불행한 환경과 반복되는 개인사를 끊어주면 그도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누군가 믿어주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근데 불행하게도 그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거기서 구원의 동아줄은 비슷한 세계에서 내려 온다는 것이지. 그래서 운명을 변화시키기가 어렵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인만큼 영화를 보면서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자체는 공들여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의 에너지가 넘쳐 보이긴 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만들었지 묻는다면 답을 찾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병맛이다. 장면 넘어가는 것 보면 아마추어 느낌이 난다. 진행도 그런 것이 시종일관 우울하다. 원래 우울한 영화에 명랑함이 깃들고 명랑한 영화에 어두움이 베어있어야 좋은데 그런 운영의 묘가 부족하다. 연규는 한쪽 눈이 사시던데 그런 디테일은 참신하긴 하다. 엔딩 때 치건과 연규가 치고 받고 싸우는 건 좋은데 나중에 연규 손에 죽는 치건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럴 바엔 그냥 연규 손에 힘들이지 않고 깨끗히 기껏 피터지게 죽지 싸우다 죽는 건 뭐람.
앞의 영화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이 영화 때문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이 영화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었다. 만날 만한 운명은 어떻게든 다시 만난다는 뭐 그런 내용의 영화라고나 할까? 근데 재밌긴 하다. 유리코란 일본 여자가 전에 잠깐 알았던 한국 남자를 찾겠다고 한국에 왔다. 행운처럼 어렵지않게 만나긴 했는데 나중에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그녀가 찾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 가려고 하는데 이번엔 남자가 유리코를 다시 붙들게 되고 거기서 다시 새로운 만남을 이어 간다는 영화다. 소품이지만 좋다. 저 두 사람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좋고. 하지만 남주인 김다현의 다소 멍청한 연기가 조금 우습기도 하다.
단 이 영화는 흑백이라는 것. 뭐 역시 영화는 감독을 위한 것이니 취향이 그런가 보다하면 되는 거겠지만 그래도 관객의 입장에서 흑백은 좀 과유불급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흑백이 싫지 않았던 영화는 <동주> 정도다. 이 영화는 자연 풍광도 많이 담았던데 그걸 흑백으로 보여주다니 죄악 아닌가? 감독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신예 감독이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는. 하지만 첫번에 이 정도라면 앞으로가 기대된다. 그의 다음 작품은 무엇이될런지 지금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