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는 한여름에 『네바강 가에서 우리는』를 읽었다.
간결하고 단단한 문장은 읽기 좋았다. 아주 잘 만들어진 여덟 편의 단편을 읽는 기쁨이 컸다. 박지음 작가가 그려낸 ‘톰볼로 위의 그녀들’에 동화되어 가면서 정독했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톰볼로가 있다"(191쪽)는 작품 속 문장처럼 『네바강 가에서 우리는』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에는 톰볼로 위에 서 있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그녀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그녀들이 톰볼로로 가는 길에는 어디에나 장애물이 놓여 있다. 애인을 버리고 안온한 삶을 택해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도, 소통부재의 남편을 둔 아내에게도,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소설가에게도, 아이도 남편도 없는 싱글 여자에게도, 햄버거로 배고픔을 달래는 대입 재수생인 20대 여자에게도. 제도적 일상이나 관습을 찢고 탈출구를 찾아 톰볼로로 향하는 그녀들은 징징거리지 않는다. 담담하게, 흔들리지 않고 걸어갈 뿐이다.
수없이 많은 벽을 뚫고 나와야 할 작품 속 그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