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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런작당
  • 장서의 괴로움
  • 오카자키 다케시
  • 11,700원 (10%650)
  • 2014-08-18
  • : 2,032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이란 없다는 뜻이다.(『미쳐야 미친다』 정민. 푸른역사 2004년) 여기 책에 대한 사랑을 넘어 애증의 관계에 도달한 오카자키 다케시를 보구 있자니 불광불급은 이럴때 쓰는 단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양한 분야의 저술가이자, 헌책문화 알리기에 순수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가 쓴 『장서의 괴로움』에 따르면 어디까지나 업무상 필요한하다는 이유로 (대략, 이게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추산으로) 2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많은 장서를 목조주택 2층에 쌓아두고 있어 책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바닥은 삐그덕 거리는 비명을 질러대고, 집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은 곧 현실이 되었다. 대단한 장서가인 구시다 마고이치나,  이노우에 히사시의 경우 실제 2층 목조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해프닝을 겪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기에 괴롭다고 표현할까 라는 순수한 나의 호기심은 순간  커다란 공포심으로 변했고 내 책장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유자형으로 휘어가고 있는 책장의 선반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윗 선반과 아랫선반의 공간에 책을 끼워넣고 대충 지지대 역할만 하고 있었는데 내게도 큰 대책이 필요했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잦은 병원 출입에서 였던거 같다. 병원이라는 따분하고 무료한 공간에 선물받았던 셜록홈즈 시리즈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문과 같았다. 책에서 즐거움을 깨닫게 되면서 부터 내게 허락된 유일한 '사치'가 책을 구입하는 일이 되었고,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울만큼의 책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책을 구입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책장 선반이 휘어지는 모습을 보며 남모를 불안감을 갖고 있었고, 무심한척 해보이는 가족들도 은근 걱정되는지 가끔 한마디씩 던질때마다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래도 책은 팔아야 한다. 공간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다'p31

 

 

장서가인 오카나키 다케시가 선택한 일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들을 선별하여 처리하므로써 원활한 혈관 즉 지혜로움을 가져보자 였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목적에 의해 구입하게 되는 한 권의 책은 다른 물건들과는 다르게 애정이라는게 생기는데,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만나는 지점이 그렇고,  종이의 질감과 펄럭일때마다 끼쳐오는 책의 냄새, 기차나 버스에서 읽었던 추억들이 만들어지는 이 모든 형태의 일들이 '독서'인 셈이며 무한한 애정심을 갖게하는 일련의 활동이된다.

 

 

' 대리석 무늬의 마블지로 만든 책갑에서 꺼낸 책은 기름종이에 싸인 새하얀 프랑스 장정이다. 손에 들고 팔랑 팔랑 넘기면 세이코샤의 옛날 가나 활자가 날아든다. 책갑에서 책을 꺼내 먼저 만지고, 책장을 펼치는 동작에 '독서'의 자세가 있다. 그에 수반하는 소유의 고통이 싫지 않기에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의 '즐거움'이다p181

 

 

 

이런 전체적인 맥락으로 책은 단순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려 한 권 한 권 마다 의미가 부여되고, 다른이들과 전혀 다른 책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겐 욕망의 증식을 걱정하는 저자의 말보다도 또 지혜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이상적인 이야기보다도, 책이 주는 애뜻함과 애정을 앞세워 판단해볼때 아직 그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내겐 아직도 팔아야할 이유보다 간직해야할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해두는 편이 좋겠다.

 

 

그렇다면 두번째 방안으로 생각해보자. 전자책은 어떨까? 휴대가 용이하고, 무게 따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는 전자책이라면 장서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반짝이는 아이템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서'라는 의미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것을 넘어 복합적인 작용을 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무한한 애정심을 품고 있는 내겐 전자책 또한 그닥 끌리는 아이템은 아니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대출하여 사용해봤는데 정확한 페이지의 구분이 어렵고, 도판(圖版)이 실린경우 도판이 넘어가버려도 본문에 그 도판에 관한 설명이 없을 경우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전자책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제시할 수 있는 방안으론 반복하여 읽을 수 있는 '양서'를 구입하자 이다. 책을 구입할때 호기심으로 사는 경우가 많고, 그럴때마다 생각과 맞지 않아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또 어떤 책은 한 번만으로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책을 구입하기 전에는 이 책이 내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직접 확인하여 책을 구입하는 습관을 갖자 이다. 또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책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읽을 수 있는 여유도 갖으며 적정량을 선택하여 관리하는 습관도 갖어보자 이다.

 

'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 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 안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며 독서가 라고 말하는 듯 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 말로 올바른 독서가다'p150

 

불광불급 이라고 했다.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하나니, 자신의 열정을 향한 광기와, 집착은 예술가의 혼을 불태우는 일과도 같다. 오카자키 다케시의 무모한 열정과 의욕이 내겐 신선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것은 아마 그 때문인거 같다.  다만 그 열정으로 잠식당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절과 노력을 수반하여 나도 이렇게 멋진 장서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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