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1
얄라알라
  • 숲노래  2025-01-24 07:21  좋아요  l (1)
  • 일하다가 다치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누구나 으레 다칩니다. 아이는 다치면서 어느새 낫고, 앓으면서 조금씩 삶과 몸을 알아가면서 천천히 철들어 어른으로 나아갑니다.

    오늘날 숱한 ‘일자리’는 “일하는 자리”가 아니라, “돈을 벌어서 서울에 터를 잡고 버티는 자리”이기 일쑤입니다. “일을 하며 살림을 가꾸고 보금자리를 일구어서 스스로 즐겁고 한집안이 오붓한 길을 바라는 일자리”는 어떤 ‘틀(회사·공장·공무원)’로도 이루지 못 하거나 않습니다. 먼지 하나라도 들어왔다가는 공장 기계가 망가지니, 공장은 그토록 깐깐하고 모질며 차갑습니다. 누구한테나 고르게 맞추려는 틀을 잡으려고 하기에 ‘공직사회’도 똑같이 깐깐하고 모질며 차가울 뿐 아니라, 이러한 틀(회사·공장·공무원)에 스스로 맞추어서 “돈을 버는 자리”를 얻으려고 하니, 아주 마땅히 힘들고 지치게 마련입니다.

    서울(도시)에 있는 일자리 가운데, 햇볕을 넉넉히 쬐면서, 풀꽃과 나무를 늘 마주하는 곳에 세운 일터가 있을까요? 아마 한두 군데 있을는지 모르나, 모든 공공건물과 회사건물과 공장에는 나무는커녕 들풀 한 포기조차 자랄 틈이 없고, 멧새나 풀벌레나 개구리는커녕 매미조차 깃들지 못 합니다.

    그런데 시골에서조차 농약과 비료와 기계와 비닐로 덮어씌울 뿐 아니라, 이제는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으로 멀쩡한 논밭에 시멘트로 터를 다져서 유리온실을 때려짓고는 와이파이로 다루는 ‘공장식 축산’과 똑같은 ‘공장식 농업’으로 간다면서, 몇 조 원도 아닌, 몇 백 조 원을 들이붓는 나라입니다.

    ‘일’이란 무엇인지부터 처음으로 돌아가서 들여다볼 적에 비로소 실마리를 푼다고 느낍니다. 왜 “지불되지 않는 사회”일까요? 삶자리·보금자리·살림자리·사랑자리가 아닌, 더구나 일자리조차 아닌 ‘돈벌자리’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나라에서 사람들을 ‘돈벌자리’로 내모는 탓이 하나에, 나라가 사람들을 ‘돈벌자리’로 내모는 줄 알면서도 그냥그냥 ‘서울에 깃들어서 돈벌자리를 쥐는 우리 스스로’ 모든 수렁을 깊이 판다고 느낍니다.

    아픈 이웃에 귀를 기울이려면, 서울부터 떠나면 된다고 느낍니다. 사람한테 시달리고 죽는 뭇소리부터 귀를 기울여야, 드디어 사람이 왜 아프고 죽는지 알아본다고 느낍니다. 가을겨울에 봄이면 우리나라는 모든 곳에서 가지치기를 끔찍하게 일삼는데, 길나무 가지를 마구마구 자를 적에 “내 팔이 잘리는구나” 하고 느끼는 분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서울(도시)을 넓히면서 들숲메를 깎아내는 삽질이 날마다 불거지지만, 살갗으로 하나도 안 아픈 사람도 갈수록 늘어납니다. 나라에서 몇 백 조 원에 이르는 돈을 ‘해상 국립공원’ 바다에 쏟아부어서 태양광과 풍력시설을 박는데, 바다가 앓고 아픈 줄 느끼는 사람도 갈수록 사라집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먼저 들숲바다가 앓아눕고 죽어가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싶습니다.
  • 얄라알라  2025-01-25 20:49  좋아요  l (0)
  • 숲노래님, 안녕하세요? 제가 24년에는 알라딘 서재를 자주 못들어 왔지만 간혹 숲노래님의 서재 글 읽고 공감하고 갔습니다. 귀한 말씀 들려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삶자리·보금자리·살림자리·사랑자리˝

    ˝일˝에 더해진 ˝자리˝의 느낌은 팍팍했는데, 말씀해 주신 ˝삶자리·보금자리·살림자리·사랑자리˝는 다 사람을 살리는 자리였네요. 거기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저도 돌아보게 됩니다.

    아파트 1층 주민 분들 민원이나 여러 이유로 가로수 마구 가지치기하고 난 길을 걸으면 나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게 고통의 냄새였겠군요...숲나무님 덕분에 저도 인간에게만 열린 귀가 아닌 더 큰 귀를 갖도록 키워야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트위터 보내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