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세상에 눈 깜짝할 순간만 머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그런데 그 눈 깜짝할 순간은 다정한 윙크일 수도 있고 자발적인 무지일 수도 있는데 자신이 두 가지 다 가능한 존재임을 우리는 알아야 해. 그리고 악이 턱까지 차 있다 해도 그 너머를 볼 준비를 해야 해.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시간, 우리의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 그것을 허비하지 않는 거야.- P247
엘리자베스가 얼굴을 찡그렸다. 매일 아침 그녀는 어쩐지 속아 넘어간 것 같은 기분으로 잠에서 깬다. 그러면 어느 쪽에 투표했든 속았다는 기분으로 일어나는 사람이 온 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하는 것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P256
사실 우리는 때로 잊어야 하지. 잊는 건 중요한 일이란다. 일부러라도 그래야 해. 그래야 좀 쉴 수 있거든. 듣고 있니? 우리는 잊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영영 잠을 잘 수 없게 될 거야.
엘리자베스는 훨씬 어린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울음이 날씨처럼 그녀에게서 나왔다.- P271
되살아나다. 엘리자베스가 말한다. 기아와 곤궁과 무. 온 도시가 격랑에 휩쓸리고 있으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야만이 몰려온다.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P273
자유로운 영혼이 지상에 도착해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비극적인 일들을 공간 속으로 폭발시킬 기술과 비전을 가지고요. 우리가 그녀의 그림들이 지닌 생명력에 주의를 기울일 때마다 그것들은 그 공간 속에서 무로 증발해 버리고요.-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