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로 쉰 살이 되었는데, 이를 기념하며 전집을간행하기로 했다. 마흔 살 쉰 살 이렇게 10년씩 생애를 구분 짓는 건 일종의 편의이자 감상이며, 대체로 인간의 태만한 습성에 불과해서, 내 정신의 진실로는 내키지 않지만, 이런 관습의 파도에라도 젖지 않으면 살아생전에 전집을 낼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으리라.
그중에서는 <독서>라는 제목의 7.5조 6행 시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1912년 1월에 썼다. 내가 마구잡이로 책을 사는 게 사람들은 쓸데없는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다 가슴속에 희망과 비애가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아이처럼 항의하는 시였다. 당시 나는 열네 살이었다.
인간은 태어난 후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혹은 태어나기 전, 말하자면 유전으로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물든 것을 스스로 씻어 내고, 거기에서 도망쳐, 어떤 지점까지 되돌아오지 않으면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물든 것을 가령 오모토교에서 알기 쉽게 악령이라고 부른다면, 진혼귀신도 필요 없으리라.- P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