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줄어들거나 줄이고는 있지만 더이상 무엇을 하겠다고, 얼마나 나아지거나 혹은 그럴만한 사람이 되겠다고 인문학을 중간중간이라도 읽는 것에서 안정감이나 쾌를 느끼는 것이 나의 자본주의적 습인가 하는 의심이 짙었는데 작가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문학이 낭비된 시간이며,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도덕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저 지극히 심오한 시간 낭비일 뿐이다.
나는 모든 방면에서 그 모험을 샅샅이 탐구했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모험을."
"나는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만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만큼 완전히 시간을 낭비했다. 그 낭비는 어떤 틀 같은 것, 상 같은 것이었다. 성취였다. 문학은 당연히 낭비다. 그러나 상이란 그저 시간 그 자체였다."
더 심오한 시간 낭비, 내가 하고자 하는 것.- P30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베껴서, 내가 그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게, 저녁식사 자리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자기 작품 이야기를 떠들어대던 그 작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말이다.- P64
나는 이 이야기를 꽤 산뜻하게 해내면서도, 그 어떤 것의 반영도 아닌 그 자체로서 거의 낙서에 가까운 스타일로 존재에 접근하는 삶과 글쓰기의 경험을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 모든 것은 어떻게 보면 공공장소의 벽이고, 심지어 가장 사적인 표현도 이따금 가시성으로 달아오른다. 너무 추상적인가? 내 말은, 중요한 건 지나치게 긴 삶을 대비하며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느릿느릿 영원을 향해 다가간다는 점이다. 속절없이.- P86
나는 지금까지 쓴 모든 시를 기억한다.
암송할 수는 없지만
그것들은 파도처럼 돌아온다.
모두 내 뇌의 일부니까.
그것들이 내 뇌를 이룬다.
내 뇌는 안팎이 뒤집혀 있다.
시가 나를 증명한다.-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