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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스웨터를 입고 소파 등받이에 오른팔을 걸치고 앉은 채 왼편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한 여인의 사진. 그녀는 앞머리가 가지런한 단발머리에 금테 안경을 낀, 수줍어 보이지만 작은 눈만은 장난꾸러기처럼 반짝이는 동아시아계 여인이다. 사십대 중반의 나의 이모.- P18
그건 선자 이모가 당시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 무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일기 초반에 명시되어 있듯, 선자 이모의 오빠들이 "수없이 여러 번에 걸쳐서 선자 이모에게 "독일에 가더라도 결코 빨갱이가 되지는 않겠다"고 다짐을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P194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냐고. 이제 겨우 우리도 살 만해졌는데 분란을 일으키지 말자고. 한미 아빠는 광부 기숙사 우편함에 시시때때로 배달 오던 북한 선전물들을 감히 펼쳐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모아다 한국 대사관에 가져다주었다는 사람이지.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하던 같은 광산 출신 광부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두려움을 감추려 몸집을 부풀리는 짐승처럼 매국노라고 욕설을 퍼붓는 사람. 한미 아빠는 6.25 때 아버지를 잃었어. 한미 아빠가 평생 얼마나 고생하며 성실히 살았는지를 생각하면 그 마음도 이해가 갔단다. 그런데도 나는 이번만큼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P201
전형성을 탈피한 간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며 흡족해하고 있노라면 얼마 후 내가 상상해낸 인물보다 훨씬 더 진취적이고 급진적으로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사례를 맞닥뜨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므로 [눈부신 안부]를 쓰기까지 내게 영감을 준 여러 간호 여성들의 주체적인 삶에 내가 많은 부분 빚졌음을 적어둔다.-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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