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슬 민나》는 현실적인 이야기(1)와 환상적 현상 및 가상의 공간이 현실과 결합하는 이야기(2), 마지막으로
신화형 이야기(3)를 가진 작품들을 엮은 앤솔러지입니다.
먼저, (1)에 해당하는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와 〈대체
근무〉라는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곳이자, 타인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직장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타인과의 접촉 속에서 겪는 본인
스스로의 갈등과 타인을 향한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으며, 타인과의 관계란 무엇인지를 현실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에 해당하는 작품 중 〈공중산책〉은
귀신이자 주인공인 ‘나’가 이승을 돌아다니면서 세상의 모습들을
관찰하면서도 중간중간 연인인 ‘루’와의 기억을 떠올리는 작품이고, 〈블러링〉은 코인 세탁소에서 만나, 공유 오피스에서 같이 일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액체로 변하면서 겪는 ‘나’의
이야기를, 〈통신광장〉은 유명 숙박사이트의 모바일상담원인
‘나’가 PC통신광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2’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각각 ‘귀신’, ‘정체불명의 액화 현상’, ‘가상 공간에서의 우연적 만남’이라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요소들을 가졌지만 (2)의 작품들 또한
(1)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삶을 살아가는 것과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임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3)에 해당하는 〈옥구슬 민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게 느꼈던
이야기였습니다만, ‘민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우주의 창조와 만물의 변화 그리고 그 모든 존재와 세계를 포함하는 섭리를 다룬, 다시 말해 신화의
형태와 유사한 이야기라는 인상이 강하게 드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옥구슬 민나》는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저마다의
고유한 색과 결을 지닌 단편소설을 엮은 앤솔러지로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작품일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작품
내의 설정 및 묘사가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한 번에 와닿기에는 다소 어려운 주제나 묘사를 담은
소설로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역시 들 수도 있겠어요. 그러나 책의 마지막에 김다솔 평론가의 작품 해설이 있으니
자신이 몰랐던 부분을 다시 되짚어 볼 수도 있고, 평론가의 해설과 자신의 감상을 대조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독특한 설정을 지닌 소설을 읽고 싶거나, 이야기의 구조를 파헤치고 숨은 내면을 찾아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바로 《옥구슬 민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