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을 읽는 일은 즐겁다.더군다나 딱딱한 평론집에서 주로 접할 수 있는 작가라면 그 일은 두 배, 세 배로 즐거운 일이다. 평론집이 긴장과 근육의 언어들로 엮이어 있다면 에세이집은 이완과 살의 언어들로 엮이어 있는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가는 이러한 견해를 뒤엎어버린다. 여기에는 일상의 풀어진 삶이 다루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만나는, 그 수직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글을 쓸때 힘을 주는 작가의 근육이 떠오르는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이 책에 실린 글렌 굴드에 대한 글을 한 계간지에서 읽고 설레였던 기억이 있다. '금속성이었고, 팝 음악적이어서 거부감이 들었'던 글렌 굴드의 연주가, 미셸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라는 글을 통해 새롭게 들린 다는 것, 이는 세상에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순간이다.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움'을 하나 더 가지게 되는 그 순간, 그 시간 또한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